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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하기 보고서 - 은지와 호찬이 1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53
심윤경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11년 10월
평점 :
책 제목만 보고는 당연히 은지와 호찬이의 싸움과 화해 과정을 담은 내용일 거라 짐작하였는데 아뿔사! 아니었다.바로 고집불통 은지와 집안의 권력가 엄마와의 한 판 전쟁이었다.
<반짝반짝 구두 대소동>에서 익히 은지의 성격이 보통은 아니라고 알았지만 여기서도 장난 아니다. 울 딸이 은지 같은 성격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1학년인데 벌써 엄마와의 전쟁을 하는 은지라면 앞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떻게 될지 으~ 생각만 해도 머리가 찌근거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 입장에서이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은지 같은 아이가 영웅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은지의 이야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겠다.
1학년인데도 알림장을 제 맘대로 안써올 만큼 대범한(?)은지는 중요한 학습준비물인 고추 모종을 늦게서야 엄마에게 알려 준다.직장에서 돌아오신 엄마는 부랴부랴 모종을 사러 꽃집에 가고, 겨우 겨우 꽃을 사왔더니 고추모종이 아니면 안 된다고 은지가 박박 우기는 바람에 다시 꽂집에 갔지만 문이 닫혀 그만 돌아오신다. 이때부터 30분 간 은지의 떼가 시작되고, 결국 엄마는 폭발하여 은지를 옷을 벗긴 채 내복 바람으로 밖에 내보낸다.
이쯤 되면 잘잘못을 떠나서 완전 감정 싸움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내복 바람으로 내쫓긴 은지는 하필이면 그때 자신이 좋아하는 민우와 민우 엄마를 만나게 되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 민우에게 들키기 전에 집으로 들어가려고 작은 목소리로 " 엄마, 잘못했으니 빨리 문 열어 주세요. " 해도 안 열어 주던 엄마가 나중에서야 문을 열어 주고 내복 바람인 은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민우 엄마와 대화를 나누신다.
집에 들어 온 은지는 민우가 자신의 내복 차림을 본 것에 너무 속 상해서 펑펑 울고 만다. 엄마는 그런 은지를 보고 " 잘못했다" 라고 사과를 하신다. 매번 어린이들만 잘못했다. 용서해달라고 말하는 것인 줄만 알았던 은지는 뜻밖에 엄마가 먼저 사과를 하는 걸 보고 무척 놀란다.
은지를 달랜 후 엄마는 화해하기 보고서를 써 보자고 제안을 하신다. 왜 은지와 엄마의 싸움이 시작되었는지 그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 보자는 뜻이겠지.
은지와 은지 엄마처럼 나도 매일 아이들과 이런 식의 전쟁을 한다. 처음에는 이유를 들며 조근조근 야단 치다가 나중에는 이유는 사라지고 감정만 남아 은지 엄마처럼 폭발할 때가 간혹 있다. 은지네 이야기는 보통 가정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은지네가 이번에 화해한다고 해서 또 안 싸울까? 절대 아니다. 앞으로 수천번은 더 싸울 거다. 그래도 아이들과 싸우거나 야단칠 때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자.
첫째 비교하지 않기
둘째 옛날 이야기 들추지 않기
셋째 폭언, 폭력 쓰지 않기
넷째 현재의 사건 가지고만 말하기
솔직히 은지 같은 성격이 맴매를 더 벌긴 한다. 울 딸도 좀 그런 편이다. 빨리 잘못했다고 하면 덜 혼날 텐데 괜히 고집 부리고 있다가 더 혼나는 성격이다. 둘째는 눈치가 뻔해서 얼른 잘못했다면서 애교를 부리는데 말이다.그게 첫째와 둘째의 차이인 것 같기도 하다. 은지도 끝까지 " 잘못했습니다. 다음부턴 알림장을 잘 써오겠습니다."를 말하지 않아서 엄마에게 된통 혼난게 아닌가! 어른이고, 아이고 간에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빨리 말하는 용기, 그런 용기를 가지자.
고집불통 은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