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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물 고개 ㅣ 비룡소 전래동화 9
소중애 글, 오정택 그림 / 비룡소 / 2010년 3월
좀 색다른 그림책을 만났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릴 때 형광색만은 쓰지 말라고 당부하곤 하는데
이 그림책은 형광색을 일부러 쓰고 있다.
그림작가가 잘 표현해서 그런지 형광색의 느낌이 그닥 나쁘지 않고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게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이겠지만 말이다.
" 단물고개"라는 옛날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깊은 산 속, 외딴 곳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총각이 있었다.
이 총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어머니가 굶지 않고, 꽃을 내내 구경하고, 겨울에도 춥지 않도록 보살피는 아주아주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었다.
일하러 가는 아들과 어머니의 대화 한 토막 들어 보자.
" 어머니, 나무 하러 다녀오겠습니다."
" 오냐, 호랑이 조심해라."
" 이예"
" 점심 꼭꼭 씹어 먹고"
" 이예"
둘은 가난했지만 참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멀리까지 일을 하러 나간 아들이 너무 목이 말라 물을 찾던 중에
옹달샘을 발견하고 물을 마셨는데 이게 바로 단물이었다.
단물의 맛은" 얼음처럼 차갑고 머루처럼 달콤하고 박하처럼 향기로운 단물" 이었다.
단물을 한 번 두번 마셔본 아들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아들은 이 단물 가지고 장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단물을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한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이 단물은 인기리에 팔리고 아들은 돈을 많이 벌게 된다.
그 때부터 아들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먹고 싶다는 머루도 일이 바쁘다며 따다 주지 않고,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꽃도 심어 주지 않는다.
단물을 가지고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던 아들은
점점 탐욕에 사로잡혀 급기야
단물이 나는 샘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감질나게 나는 물을 보다 펑펑 쏟아지게 만들려고 말이다.
순박하고, 효성이 지극했던 아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욕심에 눈이 멀어 이제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까지 나몰라라 하는 아들을
되돌릴 방법은 없는 걸까?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면 참 좋을 옛날 이야기이다.
인간의 탐욕이 한 인간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그런 이야기였다.
진정 탐욕에는 브레이크가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