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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되렴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35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1월
평점 :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저자 이금이 작가의 첫 장편동화이다.
주인공 은지는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에 방황하던 아버지와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하여 안터말로 오게 된다. 안터말은 아빠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소였다. 친구를 사귀지 못해 매일 혼자 학교을 오가던 은지는 자신보다 더 안터말에서 외톨이처럼 지내는 윤철이를 알게 된다. 우연히 윤철이가 희망원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걸 알게 되어 속상하지만 은지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은지가 속상해 할 때 아빠가 은지에게 " 네가 먼저 다리가 되렴" 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그때부터 은지는 안터말 아이들과 윤철이 사이에 다리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지만 아이들은 좀체로 친해지질 않는다.
이 책은 은지가 안터말 아이들과 윤철이 사이의 다리가 되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주가 되지만 오래 전 한국전쟁 때 가족을 잃어버린 기와집 할아버지가 가족을 죽인 순보를 용서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각자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엄마를 잃은 슬픔을 간직한 은지는 새로운 곳에 와서 모든 게 낯설텐데도 자신보다 더 외로운 윤철이를 향해 다리가 되어 주려고 노력한다. 내유외강형인 은지의 모습은 마지막 아빠가 큰 병에 걸리고, 좋아하고 의지하던 윤철이가 미국으로 입양되어 헤어지게 되는데도 슬픔으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장면에서 다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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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거라고만 생각했던 그리움은 외로움보다 더 환하고 따뜻한 빛깔이었다. 은지는 외롭지 않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그리워했다. 그러면 그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마음이 포근해지곤 했다. (본문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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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는 겉으로는 코스모스처럼 여린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은 바위처럼 단단한 아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단단했기에 다리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 스스로 작은 어려움에도 무너지는 사람이었다면 누군가의 다리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은지가, 은지 아빠가, 기와집 할아버지가 누군가의 다리가 되어 주려고 했던 것처럼 우리가 처한 곳에서 윤철이처럼, 순보 아저씨처럼 힘들어 하고 고립된 이웃이 있다면 내가 먼저 다리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