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정월 대보름날은 아니지만 아홉 가지 나물을 먹는 재미를 이 책을 통하여 느낄 수 있었다. 아홈 편의 단편은 각각 고유한 맛을 가지고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었다. 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을 모아 놓은 이 책은 골라 보는 재미와 더불어 신인 작가들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순서대로 읽지 않고 책의 타이틀이 된 <나의 철부지 아빠>부터 읽어 보았다. 전에 재미나게 읽었던 <불량 아빠 만세>와 많이 흡사하였다.  이제 서른 밖에 안 된 철부지 아빠와 철이 일찍 들어 애 늙은이 같은 아들의 이야기이다. 불량 아빠 만세와 다른 점은 거기서는 부모가 이혼하여 아빠랑 사는 상황이었고, 여기서는 미혼부라는 점이다. 나중에 엄마가 죽었던  게 아니고, 자신만 낳아 놓고 아빠에게 맡기고 엄마는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빠가 그동안 자신을 속였다는 것에 아들은 분노하고, 엄마를 찾아 오라고 몰아치며 아빠와 아들의 갈등은 심화된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매사에 아이보다 더 철 없이 행동하는 아빠지만, 그래도 아빠는 아빠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환승입니다.>는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름 가지고 놀림을 당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요즘 우리나라의 가정 상황과 잘 버무린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환승이라는 이름 때문에 매번 친구에게 놀림 당하는 주인공과 영구라는 이름을 가진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이다. 그 이름처럼 바보 (?)처럼 살아서 맨날 남에게 뒷통수 맞는 아버지는 급기야 가출을 하게 된다. 정직하게 살거나 착하게 살면 언제나 바보 취급 받거나 아님 된통 당하는 우리 사회를 풍자한 듯하다. 착하게 살아라 보다 착하면 손해 본다고 말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정직하게 살면 성공할 수 있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 줄 수 있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 겠는가?  정직, 배려, 나눔 보다는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참 걱정이다. 그래도 뻔한 이야기이지만 " 네  이름처럼 다시 또 환승하면 된다는 걸 알았어. " 라고 말하시며 하루만에 돌아오시는 환승이 아빠 영구씨처럼 힘들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뇌리에 남는 작품은 바로<얼룩이>이다. 코시안과 떠돌이 개의 우정을 그린 작품인데 인간의 나약한 면이 잘 드러나 있었다.주인공은 코시안으로서 새로운 동네와 학교에서 " 깜시" 라고 놀림을 당하고 항상 혼자 외로이 논다. 어느 날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개 한 마리가 철조망에 목이 찔린 채 " 깽깽" 거리는 것을 보고 집에서 펜치를 가져와 떠돌이 개를 도와준다. 그 뒤부터 떠돌이 개와 소년은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개의 이름도 지어 준다. 바로 얼룩이다. 처지가 같아서일까? 둘은 언제나 함께 였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소년의 반 친구들이 소년을 놀리자 얼룩이가 물듯이 친구들을 향해 " 컹컹" 하고 짖는다. 하지만 소년의 말에 금방 순둥이가 되는 걸 보고 아이들은 " 이 개 니 거야?" 라고 묻고 소년은 망설이다가 " 내 개 아니야 " 라고 힘없이 대답하다. 내 개라고 했다간 아이들한테 잡종이라고 놀림을 당할 게 두려워서였다. 아이들은 거기서 물러서지 않고 얼룩이를 향해 돌멩이를 던져서 맞추라고 한다. 아이들이지만 참 잔인한 면이 있다. 소년은 마음 속으로 '얼룩아, 피해' 라고 외치며 돌멩이를 던지지만 얼룩이는 피하지 않고 돌멩이를 맞는다. 처음엔 다리, 두 번째는 머리를 정통으로 맞아서 피를 흘리고 쓰러지며 "깨깨깽" 거리는 얼룩이. 힘들게 얻은 친구 얼룩이인데 다른 아이들의 놀림이 두려워 자신의 손으로 돌멩이를 던져 머리를 맞힌 그 죄책감 때문에 소년은 괴롭다. 그리고 깨닫는다. " 얼룩아, 너만 있으면 되는데.... " 강자 앞에서 비굴해지는 나를 보는 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그 일 때문에 소중한 단 하나의 친구를 잃게 된다면.... 인간은 어떤 면에서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지 이 작품은 다시 깨닫게 해준다. 동네 친구들의 모습은 인간의 잠재된 못된 습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것들이 모두 인간이 나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약하기 때문에 강자 앞에서는 쫄고, 비굴해지며, 약자를 건드리는 묘한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닐런지...  요즘 유행하는 말로 " 쫄지 마 " 라고 외쳐 보자.     

깊어 가는 가을, 평소에는 책 안 읽던 사람들도 왠지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계절이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이 책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읽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신인 작가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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