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엘리베이터 - 제9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14
김이삭 외 지음, 권태향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제 9회 푸른문학상 동시집이다. 깊어 가는 가을과 시는 정말 잘 어울리지만 삶에 쪼들려 살다 보면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여유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군다나 시를 읊조리는 일은 여간해선 잘 안 되는 일 중의 하나이다. 그래도 시를 읽는 순간만큼은 아파트 거실에 앉아 있어도 한적한 숲에 있는 듯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세 명의 신인 시인과 초대시인들의 시들로 이뤄진 귀한 동시집이다. 이번 동시집의 특징은 다문화를 다룬 동시들이 몇 편 보인다는 점이다. 그동안 많이는 아니지만 푸른문학상 동시집을 몇 권 읽었는데 내 기억으로 다문화를 다룬 동시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동시집에는 다문화를 소재로 쓰여진 동시가 몇 편 있길래 소개해 본다. 

 

신토불이(송명원) 

의성 마늘 

영양 고추 

풍기 인삼 

 

우리 땅에서 자라 

우리 몸에 좋은 

우리 농산물 

 

누가 키우는 줄 아나? 

 

네팔에서 온 바바티 형 

방글라데시 사라줄 아저씨  

몽골 아줌마 침께  

  

말냉이꽃   (김이삭) 

필리핀 아줌마 

끄릉, 끄르릉 

유모차 밀고 지나간다. 

 

지나간 길섶에 

아주 작은 말냉이꽃 

바람에 손 흔들고 있다. 

 

- 힘내요, 코시안 엄마! 

먼 나라 들풀인 

나도 꽃을 피웠어요. 

 

쫄병 생긴 날( 송명원 ) 

우왕- 우왕 

팔 년 만에 울려 퍼진 

아기 울음소리 

 

지난해, 

병인이 아재와 결혼한 

베트남 아지매가 

내 쫄병을 낳았어요. 

 

우리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송명원) 

" 착한 베트남 아가씨, 절대 도망가지 않아요. " 

삼거리 신호등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 

 

술 취한 남편 피해 숨어 산다는 

필리핀 아줌마의 뉴스 한 도막 

 

여권 빼앗기고 월급도 못 받은 채 일한 

태국 아저씨의 신문 기사 

 

일 끝내고 한글 교실에서 

우리말 배우는 

 

엄마 마음은 어떨까? 

  

다문화는 지금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큰 흐름이다.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고, 배척하고, 무시해서는 안 되고 함께 가야 하는데, 시에서도 나타나듯이 아직 우리 사회는 그렇게 다문화에 대하여 여유롭거나 배려가 많거나 온정을 베푸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다문화에도 차별이 있어서 선진국에게는 후하고, 우리 보다 낙후된 지역 출신에게는 야박하다는 것이 생각해 보면 참 비굴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고나 할까?  울 아들 다니는 유치원에 다문화 가정이 있는데 코시안 쪽이 아니라 유럽이나 아메리카 쪽이다.  딸 아이 말에 의하면 학부모들이 그 아이가 자기 아빠랑 영어로 대화 하는 걸 보면서 " 어머, 쟤는 좋겠네. 돈 안 들이고 영어 잘해서.. " 부러워 하더란다. 만약에 그 아이가 코시안이라도 그렇게 말했을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졌지만 백인에게는 상당히 호의적이면서 필리핀 계열, 흑인 계열은 상당히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백인이 영어로 길을 물어 보면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데, 필리핀계 외국인이나 흑인이 길을 물어 보면 냅다 도망 가는 것이다. 이처럼 다같은 다문화인데 굉장히 편파적이다. 유럽에 가면 우리도 똑같이 그런 취급을 당한다고 하더라. 그런 취급을 받을 때 본인들 기분은 어떨지 상상해 보라.  학교에서도 원어민 교사를 보는 아이들의 눈이 상당히 편파적이다. 백인은 아주 호의적이고, 흑인계열은 아주 싫어한다. 이것 또한 부모나 사회로부터 학습된 게 아닐까? 그래서 어려서부터 다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르게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에 18만이나 되는 다문화 가정이 있다고 한다. 백인계 가정만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권리를 누리고, 코시안 같은 가정은 무시 당하고, 핍박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같은 다문화 가정으로서 인정하고 그들 또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권리들을 누리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마음이 짠한 동시가 아니라 다문화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알콩달콩 사는 재미나고 행복한 이야기들이 동시로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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