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북한 아이들 이야기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이은서 지음, 강춘혁 그림, (사)북한인권시민연합 감수 / 국민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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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다. 무상급식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이기도 하다. 매일 아이들과 함께 급식을 먹는 나로선 매일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음식들을 보면서 참 미안하단 생각을 하곤 한다.급식을 도와주시는 도우미 할머니들께서는 매번 “ 아휴 아까워라! ”를 연발하신다. 그도 그럴 것이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남긴 음식은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된다. 

배고픔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도 매번 많은 음식이 고스란히 버려지는 것에 대한 죄스러움이 있는데 배고픔을 아시는 할머니들이 느끼는 감정은 당연한 것이다. 버려지는 음식들을 보면서 일단 무상급식을 이루기 위해 그토록 싸워야 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무상급식이 이뤄졌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세금이 아깝기도 하며, 음식 쓰레기로 인하여 파생될 환경오염이 염려스럽고,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각에도 굶주리고 있는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에게 참 미안하단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매번 급식을 남기는 아이들은 정작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없고 음식을 버린다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전혀 못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배고픔을 경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 사람이 굶어 죽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도 상상 조차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하여 걱정 없이 먹고, 놀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것인지 어린이 스스로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는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고 살아가는 어린이들과 비교하여 현재 나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느끼게 해 주는 시리즈이다. 하지만 그 느낌은 단순히 ‘난 행복하구나! 정말 다행이다!’ 를 넘어선다. 왜냐하면 타인에 대한 관심마저 가지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배려와 박애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니까. 그 셋째 번 이야기는 바로 우리와 허리가 잘린 채로 60여 년 넘게 헤어져 살아온 북한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다문화 이야기들은 많이 나오는 반면 북한 아이들과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 이야기들은 자주 접할 수가 없었던 터에 아주 귀하고 소중한 책이 나왔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꼭 소개해 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책에는 여섯 가지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마지막 이야기만 빼면 하나같이 가슴이 아리고, 먹먹하며 끝도 없는 절망 속으로 빠져 드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북한에서는 1학년 때부터 청소당번으로서 가장 먼저 학교에 가서 해야 하는 일이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먼지 하나 없이 닦는 일이란다. 그 조그맣고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초상화를 닦다 보면 떨어져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의무교육이라고 하지만 매번 교과서도 없이 공부하고, 목숨을 걸고 도둑질을 해서라도 ‘꼬마 과제’를 해결해야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꼬마 과제’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과제가 아니라 철, 고무, 종이 등을 정해준 양만큼 학교에 바치는 것을 뜻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사계절마다 논으로 불려 나가 일을 해야 한다. 몇 시간이나 뙤약볕 아래에서 일을 해도 먹을 것 하나 안 주기 때문에 독만 없는 식물이라면 눈에 보이는 대로 뜯어 먹을 정도라고 한다. 민들레의 경우 너도 나도 민들레를 하도 뜯어 먹어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란다.
 

수용소에서 살게 되면 생활은 더 참담하다. 남조선 방송을 들었다고 붙잡혀 온 명진이의 이야기에서 수용소 생활은 인간의 존엄성이란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생활이다. 수용소 사람들은 한 마디로 개만도 못한 인생들이다. 

수용소를 지키는 군인이 잘못을 하면 군견재판을 한 다음 총살을 한 대요. 나이가 들어 군견이 죽게 되더라도 고기로 먹지 않고 묻어 준대요. 그런데 우리는 수용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서조차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해요. 나 때문에 죄 없는 동무가 맞는 와중에도 오로지 먹을 것만 생각했던 나와 죽 한 그릇에 슬픔도 잊고 그것이 무엇이든 하나라도 챙기려는 아이들, 사람이 죽으면 쓰레기처럼 내다 버리는 선생님도 모두 인간임을 잊은 채로 살고 있어요.(본문 58쪽)

일곱 살 동생과 단둘이 남겨진 명섭이의 ‘꽃제비’ 생활도 수용소 이야기 못지 않게 암울하다. ‘꽃제비’란 명섭이 형제처럼 부모가 없거나 있다 해도 돌봐 줄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을 일컫는다. 얼마 전 TV에서도 북한의 꽃제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유심히 지켜봤어요. 아무래도 죽은 것 같아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어요.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꿈쩍도 안 해요. 나는 얼른 신발을 벗겨 새까만 상처투성이인 동생 발에 신겼어요. 아이가 채 씹지 못해 입 안에 든 강냉이는 두 손으로 입을 벌린 후 손가락을 쑤셔 넣어 꺼냈어요. 그러고는 눅눅한 강냉이를 옷에 여러 번 문댄 후 동생 입에 넣어 주었어요.(본문 98쪽)

살기 위해서, 먹기 위해서 시체 입 안에 있는 강냉이까지 꺼내 먹어야 하는 꽃제비들의 생활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명섭이 형제는 살기 위해 먹어야 하므로 버려진 쓰레기들도 마다하지 않고 먹다가 탈이 나기도 여러 번했다고 한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건 하나 남은 동생을 먹이기 위해 명섭이가 음식을 훔치다가 걸려 몽둥이로 얻어맞는 장면이었다. 살기 위해서 먹기 위해서 음식을 훔쳐야만 했던 꽃제비 명섭이가 머리에서 피가 나는 줄줄 흐르는 데도 아랑곳 않고 흩어진 밥완자를 주워 담는 모습은 정말 너무도 처절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실컷 먹고 싶어요.”라는 꽃제비들의 외침이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들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함부로 남기지는 않겠지?

이러한 책 속의 이야기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니 얼른 믿기지 않는다. 나도 그런데 하물며 어린이들에겐 더욱 믿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이야기들이므로 믿기지 않아도 사실인 것이다. 이 책에 삽화를 그린 화가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우리나라에 정착한 분이다. 이 분은 화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북한에 남아 있을 수가 없었기에 남한으로 넘어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으로 오는 것도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남한으로 와도 여전히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편견, 무시, 부적응, 경제적 어려움 등등이 새터민들을 힘들게 한다고 한다. 새터민들의 어려움은 <나는야, 늙은 5학년>에 잘 묘사되어 있으니 이 책 또한  읽어 보시길....목숨을 걸고 탈출한 새터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남한 사람들의 몫인 듯하다. 주변에 새터민들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말도 걸고,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들이 또 한 번 남한에서 절망을 맛보지 않게 말이다.

사람들은 남과 비교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대로 상대적 행복감도 느낀다. 이 책은 바로 우리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통하여 상대적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상대적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어린이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먹을 권리, 입을 권리, 공부할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도 가져야 할 것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도 모색하고 실현해 나갔으면 한다. 가령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북한 아이들 이야기 편)책의 판매 수익금 1%는 탈북 어린이들을 돕는데 쓰여진다고 하니 지금 당장 책을 사는 것도 좋은 실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부터 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날이 추우면 이들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힘들어진다고 한다. 북한의 아이들에게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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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5 1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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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5 15: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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