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인데 그냥 집에만 쳐박혀 있을 수는 없지. 어제 너무 힘들어서 그냥 쉬고 싶었지만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가을을 느낄 나들이를 해야지 싶었다. 억새가 유명한 하늘공원에 가고 싶었지만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집에서 가까운 수락산으로 향했다.
여름 끝자락에 왔을 때는 제법 계곡에 물이 있었는데 오늘 보니 거의 물이 없었고, 가물어서 인지 나뭇잎들도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아직 물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다음 주쯤은 절정일 것 같다. 그 사이 비라도 한바탕 오면 단풍 구경은 끝이니깐 아쉬운 대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 놓아야지 싶어 산을 찾았다.
물이 촬촬 흘러갈 때는 물고기가 한 마리도 안 보이더니만 오늘은 완전 물고기 천지다. 그것도 응달에는 모여 살지 않고, 따뜻하게 햇빛이 비치는 양달에만 바글바글 모여 사는 것이다. 잡을 수 있는 장비가 없어서 눈으로 보는 것으로만 만족했다. 딸은 연속 잡고 싶다며 비닐 봉지를 찾았지만 단호히 안 된다고 했다. 얘가 지난 번 현장학습 때 송어 한 마리를 잡더니 의욕이 앞선다.
어디까지 가야한다는 목표 설정도 없이 산행을 조금 하다가 힘들어서 내려 왔다. 그동안 운동을 너무 안 했나 보다. 아침 날씨로 봐서는 비가 올듯 하였으나 그래도 차츰 개어서 다행이었다. 남편과 아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적당히 먹을 데를 둘러 봤는데 음식점이 많긴 하였으나 막상 들어갈 곳은 없었다. 부유 속의 빈곤이라고 할까?
마들역쪽으로 걸어오다가 할 수 없이 갈비집에 들어가서 갈비탕과 냉면을 시켜 먹었다.아까 산행하기 전에 점심 먹고 출발했는데 그것도 산행이라고 금방 배가 꺼졌나 보다. 난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먹으니까 먹어졌다. 갈비집 옆에 탁구장이 있어서 예전부터 애들이 한 번 가보자고 졸랐는데 이참에 한 번 가서 뛰자 싶어 갔더니 코트를 벌써 다 점령하고 있어서 그냥 돌아왔다. 유니폼 갖추고 하는 폼이 동호호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나 보다. 생각보다 시설도 괜찮아 보였다. 다음에 한 번 와봐야지. 수퍼남매는 위 스포츠를 통해 탁구를 익혔는데 게임으로 하면 내가 딸에게 100전 100패 한다. 실전은 어떻게 될 지 모르지.....
집 근처 오니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가 샛노랗게 물들어 있는 게 수락산보다 더 아름다웠다. 진짜 아름다운 곳은 출근할 때 지나가는 곳이다. 초안산 산자락 부근인데 그 곳은 얼마 전부터 단풍이 절정이다. 하교까지 20분 정도 운전을 하고 가는데 그 시간이 나에게는 꿀맛 같이 달콤한 시간이다. 93.9 라디오에서는 익숙한 올드 팝송이 흘러 나오고 알록달록 물든 단풍길을 지나가면서 이런 작은 행복을 매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