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 만에 드라마를 열심히 봤다. 그것도 사극을. 왠만하면 수퍼남매 일찍 재우기 위해서 평일에는 가급적 드라마를 보지 않는데 <공주의 남자>는 애들 팽개쳐 두고 봤다. 수퍼남매도 엄마가 드라마 보니 슬쩍 엄마 곁에 와서 보곤 하였다. 막판에는 아빠가 <뿌리 깊은 나무>를 엄청 미는 바람에  우리 집에서 대전이 벌어질 뻔 하였으나 엄마의 히스테리로 물리치고, 마지막회까지 본방을 사수하였다. 호호호  엄마 건드리면 밥 없는 걸 아나 보다.

처음엔 별로 주목을 하고 있지 않다가 우연히 재방을 보게 되었는데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설정이 마음에 와닿아 보게 되었다. 내가 이런 가슴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조금 좋아하는 편이다. 한두회 보다 보니 진짜 재밌고 뒤가 궁금해져 4회 이후부터는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수요일과 목요일을 기다리면서 봤던 것 같다.  아직까지 3회는 보지 못해서 기회가 되면 찾아 보려고 한다.  3회 내용이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부분 같은데...

공주의 남자- <왕의 남자> 아류작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서 그저 그런 사극이 될 줄 알았는데 어제 마지막회를 보면서 그간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엔딩이 깔끔하면서도 여운이 남는다. 마지막 반전- 승유가 딸 손잡고 웃으며 걸어 오는 장면-은 정말 TV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명장면이었다. 우리 부부 모두 환영인가? 헷갈려 했으니 말이다. 내가 폐인이 되다시피 했던 사극 드라마를 꼽자면 <다모>와 <일지매>가 있는데 그들과 견줄만한 감동과 재미가 있었다. <대장금>도 열심히 보다가 중간에 잠깐 한눈 판 적이 있었는데 <공남>은 정말 <다모> <일지매>-이준기 주연-와 더불어 열심히 본방 사수했다.

세 드라마 다 주된 스토리는 남녀 사이의 사랑을 다루고 있긴 하나 그게 다가 아니라 조선의 역사를 충실히 다루었고, 무엇보다 긴장감과 매번 다음 회를 기다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특히 주인공들의 연기를 꼽지 않을 수 없는데...주인공 박시후는 <일지매>에서 일지매를 항상 쫓던 악역이었는데 이제는 당당히 주연으로 자리매김을 하였고, 그가 맡은 역할 또한 정말 여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역이었다. 그래도 난 이준기가 더 좋다. 히히히!!! <일지매>를 시청할 때 가느다란 외모인데 의의로 굵은 목소리에 그의 팬이 되었다. 난 이씨 밖에 안 좋아한다. 울 남편이 이씨다. 내 팬심이 이서진에서 이준기로 옮겨 간  것 뿐이다. 외모와는 달리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인생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박시후도 무명 생활을 오래 한 걸로 알고 있다. 예전에 내복 모델도 했다나?  문채원은 또 어떤가? 문근영이 남장을 하고  나왔던 <바람의 화원>에서 기생으로 조연을 맡았다가 다음에 <위대한 유산>에서 한효주를 괴롭히는 악역을 맡았고, 이번이 처음 주연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녀 역시 초반에 여러 가지 연기력 논란이 많았지만 중후반부에 갈수록 세령앓이라는 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자신의 역에 몰입하였다. 그녀가 맡은 역 역시 초반에는 천방지축의 이미지였다가 갈수록 강인함을 드러내며 거대한 아버지 수양에 맞서고 한편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목숨까지 거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줘서 내 머릿 속에 하지원, 한효주처럼 오래 기억될 성 싶다.  보면 볼수록 김희선을 무지 닮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녀는 참 한복이 잘 어울리는 연기자 중의 한 명이다.  드라마고 영화고 일단  캐스팅이 성패 여부를 판가름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 역할이 배우에게 얼마나 어울리는지가 관건인데 <공주의 남자>는 그런 면에서 성공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조연급 인물들 또한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해 주었고, 초반을 다시보기 해서 보니 초반에서 코믹한 부분도 상당히 많았었다. <일지매>가 그랬었는데... 이준기! 빨리 제대해라.  

글을 쓸 때도 마지막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가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인데 드라마, 영화도 마찬가지일 게다. <공주의 남자>의 마지막 반전과 엔딩은 보기 드문 멋진 엔딩이었던 것 같다. 단순히 두 원수지간 같은 수양의 딸 세령과 김종서의 아들 승유가 함께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아서가 아니라 마지막을 위해서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엄청 신경을 써서 잘 만들다가 중반이후부터 뒷심이 떨어져 평작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공남은 뒷심을 끝까지 발휘하였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특히 마지막회까지 정성을 들였다는 느낌이 팍 왔다. 제작사나 극본가, 스텝, 연기자들 모두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고는 멋진 엔딩이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다모>의 새드 엔딩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었고, <일지매> 또한 이와 비슷한 반전이 들어 있었고 마지막도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기에 시청자의 한 명으로서 작가나 스텝들이 치밀하게 끝을 준비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나는<다모><일지매>와 같은 반열에 올리고 싶다.  더 이상 드라마에 빠지면 안 되는데....<뿌리 깊은 나무>가 땡기니 이를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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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08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도 안봐서 공주의 남자는 잘 모르지만, 뿌리깊은 나무는 볼까 생각중인데~언제 어디서 하는거에요?^^

수퍼남매맘 2011-10-08 19:13   좋아요 0 | URL
SBS 수목 밤 10시부터 하는 것 같아요. 남편이 다운 받아줘서 오늘 봤는데 완전 재미있어요. 세종이 상왕이 된 태종에게 대항하는 장면 진짜 짱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