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만 백만 번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화집 작은도서관 36
김리하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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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책 제목이 된 <발차기만 백만 번>과 <자전거를 삼킨 엄마> <찍히면 안 돼>이다.

 

<발차기만 백만 번>은 발차기를 잘하는 조신혁과 신혁이의 아랫집으로 이사를 온 차윤재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아 낸 동화이다. 신혁이와 윤재는 이년째 같은 반이면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친구가 되지 못하는 관계이다. 그런데 바로 아랫집으로 차윤재가 이사 오면서 둘은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과 상처까지 알게 되고 드디어 밥을 같이 먹는 식구 같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2년 째 같은 반이었으면서도 대면대면하던 두 아이가 우연히 상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자신만 상처를 가진 게 아니라 상대방도 마찬가지 상처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함께 그 빈자리를 채워 주는 이야기가 참 따뜻하다. 나만 상처가 있는 게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친구들도 겉으로는 아무 일 없어 보이지만 나름대로 상처가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발차기 대장 신혁이와 요리왕 윤재는 서로의 상처와 아픔까지 공유하는 진정한 벗이 될 것 같다.

 

<자전거를 삼킨 엄마>는 제목만 봐도 참 웃기다. 자전거를 어떻게 삼켜?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진다. 재은이 엄마는 경품으로 좀 값비싼 자전거를 받게 된다. 재은이 집에 온 자전거는 바깥에 나가 시원한 공기를 마시기는커녕 거실 한 구석을 차지하고만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자전거 탈 줄을 모른다. 배우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재은이 엄마가 좀 많이 뚱뚱하다. 어릴 때는 엄마가 뚱뚱하단 것도 그것이 부끄럽다는 것도 몰랐지만 크면서 재은이는 뚱뚱한 엄마가 부끄럽기 시작하였다. 엄마는 그 몸매에 자전거를 배운다고 용감하게 자전거를 끌고 나가셨다. 지나가던 언니들이 엄마가 자전거 탄 모습을 보고 “ 아줌마 엉덩이가 자전거를 집어 삼켰나 봐” 하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엄마는 그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넘어지면서도 혼자 연습을 한다. 넘어지는 엄마를 일으켜 세워주지 않고 창피하여 집으로 돌아서는 재은이의 모습이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내용 중에서 생선 장수하는 엄마가 부끄러워 친구들 앞에서 엄마를 모른 척 했다는 어떤 분의 회고담을 떠올리게 한다. 부모는 부모라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도 존경받을 대상인데 자녀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걸 깨닫곤 한다. 신경숙 님의<엄마를 부탁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도 실종된 후의 엄마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그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처럼 이 이야기 또한 혹시 난 우리 부모님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았나 스스로 깊은 반성을 하게 한다. 더불어 뚱뚱한데다 나이도 많은데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자전거를 배우는 엄마의 도전을 보면서 뭔가를 배우기에 늦은 시기는 결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말 그대로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 나도 자전거나 배워 볼까?

 

<찍히면 안 돼>는 한 번 찍히면 친구들을 질기게 골탕 먹이는 진윤기와 운 나쁘게 수업 시간에 웃는 바람에 진윤기에게 걸려서 이리저리 골탕만 먹던 영서의 한 판 진검 승부가 흥미진진하다. 고양이 앞에 생선처럼 윤기에게 이리저리 골탕만 먹던 영서가 막판에 반격을 가하는데.... 영서가 윤기에게 날리는 마지막 한 방을 읽을 때면 속이 다 후련하다. 어느 사회에서든 윤기 같이 약자를 괴롭히는 존재가 있기 마련인데 그럴 때 찍힐까 두려워서 지레 겁먹거나 벌벌 떨기보다 이렇게 영서처럼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진정 강한 자는 약자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약자를 돕는 자라는 걸 윤기도 이번 일을 통해 알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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