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믿음 쿠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4
신지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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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동화집이다. <우주 최강 문제아>는 익히 명성이 자자하여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 동화집에 들어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각기 다양한 소재들로 그 속에 약간은 문제아(?) 스런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어른들에게 어른 역할을 잘하고 있나 반문하게 한다.

먼저 <안 믿음 쿠폰>. 믿음이란 이름과는 전혀 딴판으로 안 믿음직스럽게 행동하는 믿음이의 행동들. 사탕발림 같은 말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쿠폰을 남발하고는 정작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는 내용은 눈앞에 이익만 우선 생각하고 신의는 전혀 생각지 않는 세대를 풍자한 듯하다. 어버이날 즈음해서 만들곤 하는 효도 쿠폰도 이처럼 악용되고 있지는 않나 싶기도 하다. 어린이날은 부모님을 졸라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정작 어버이날에는 효도 쿠폰 몇 장 만들어 와서는 필요할 때만 쓰라고 주고선 믿음이처럼 막상 쿠폰을 사용하려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들어 부도쿠폰을 만들고 있지는 않나 반성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처음 이런 쿠폰들을 알았을 때 신선해서 사용해 보긴 했지만 별 효과가 없어 요즘은 사용 안 한다.

<그린맨의 찢어진 슈퍼타이즈>는 환경과 친구 관계를 적절하게 결합시켜 긴장감 있게 잘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태민이의 관점에서 씌여진 이야기는 그린맨이 자신의 세탁소에 왔다고 뻥치는 준오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준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일기식으로 써져 있다. 준오가 거짓말하고 있음을 밝혀내기 위해 쫓아다니다가 결국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되지만 태민이 자신조차 준오의 창의적 거짓말에 공범자가 되고 만다. 사나이만의 의리 뭐 이런 거를 느낄 수도 있고, 대의를 위해 소의는 잠시 접어둘 수도 있나. 선의의 거짓말은 허용되도 되나 등등 여러 가지 도덕적 가치 들을 토론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는 이야기였다. 요즘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무사 백동수>에서 검선과 천주의 관계가 돋보이곤 한다. 검에 있어서 숙명의 라이벌이지만 그 속에서 지켜지는 신의랄까 뭐 그런 것이 느껴지는데 태민이와 준오도 그런 관계가 된 것 같다. 라이벌인데다 이제 둘 만의 어마어마한 비밀까지 생겼으니 둘은 한 배를 탄 셈이나 마찬가지다.

<우주 최강 문제아>는 제목만 듣고는 엄청난 문제아가 부모 속을 썩이는 내용이구나 싶었는데 아니 웬걸? 오히려 어른의 속물스런 마음을 꼬집는 그런 내용이었다. 어린이들의 눈으로 보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일들도 속물적인 잣대로 재곤 하니 항상 문제가 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준우의 해결 방식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판단을 하고, 좋은 친구인 윤재와 절교하라고 한 엄마의 행동에 맞서 대항하는 준우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 의미의 문제아라면 멋진 문제아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판단하라고 하면서 정작 어른들은 사람들의 외적 조건을 보고 판단하는 모순을 드러내곤 한다. 작가는 준우를 통해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스스로 우주 최강 문제아가 될 거라고 선언을 하는 준우의 모습에서 철 없는 호기보다 정당한 분노와 저항을 느끼는 것은 스스로 속물됨을 선언하는 어른들에게 당당하게 맞섰기 때문일 것이다.

나 어릴 적 어린이날 최고의 선물은 바로 종합과자선물세트였었다. 이 책이 바로 종합선물세트 같다. 이것저것 골라 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각 이야기 속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나름대로 문제와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거기서 주저앉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더 나아가 어른들에게 어른으로서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만든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도록 하루하루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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