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태와 콩 이야기 - 개정판 사계절 중학년문고 3
송언 지음, 백남원 그림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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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 이라는 작가의 이름만 보고 골라 온 책이다. 턱수염난 모습이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를 연상시키는 이 할아버지(?)작가님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 초등학교에 복직하여 아이들과 함께 지지고 볶으며 생활하고 계신다. 만나 뵌 적은 없지만 멀리서나마 존경하고 응원하고 있는 분이다. 언제나 수업 시간에 구수한 옛이야기를 들려주실 것 같은 인상이시다.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 동화로 이뤄진 동화집이다. 송 언 선생님은 재밌고 우스운 이야기도 잘하시는데 가슴 시리고 아린 이야기들도 역시나 잘하시는 것 같다. 이 동화집은 밝은 이야기보다는 가슴 시린 이야기들이 더 많다. 

책 제목인 <병태와 콩 이야기>는 마치 현재 교실에서 반 아이들과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하듯이 들려 주신다. <물 준 화분>과 < 물 안 준 화분>으로 구별하여 과학 실험을 해야 하는데 병태가 콩을 죽일 수 없다는 굳은 의지로 선생님 몰래 두 화분에 물을 다 주는 바람에 과학 실험이 엉망으로 끝나 버린다. 둘 다 싹이 났으니 말이다. 이 사건의 비밀을 혼자 알고 있는 유리는 일기장에 몰래 병태가 한 짓임을 일러 주고, 선생님은 유리의 신고를 듣고 고민한다. " 병태를 혼내 줄까 말까?" 궁금해진다. 혼내고 끝났다면 보통 선생님이겠지만 병태의 선생님은 병태를 혼내기 보다 오히려 칭찬을 해 주신다. 비록 과학 실험은 망쳤지만 병태의 할머니가 매일 콩나물을 기르는 것을 보고 콩을 죽일 수 없다는 일념에 두 화분 모두에게 물을 준 그 마음에 상처를 주기 싫어서이다. 그리고 콩 하나도 죽일 수 없다는 그 순수한 마음이 이뻤을 것이다.  여기에 나온 선생님이 바로 송언 작가 자신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송언 선생님을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재수 똥 튀겼네>는 제목과는 달리 동화치고는 제법 주제와 분위기가 묵직하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회사의 횡포에 맞서 공장에서 데모를 하고 있고, 바로 그 날 공교롭게도 운동회가 있다. 주인공은 친구와  떡볶기 내기로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된다. 달리기를 막 시작한 찰나 근처 공장에서 최루탄이 발사되어 운동회는 엉망진창이 되고 그 속에서도 내기에 이기기 위하여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 즉 안경 쓰고 청바지 입은 누나를 끝까지 찾아다닌다.  운동회날 최루탄 터진 것만 해도 화나는데 떡볶기 내기도 물 건너 갔지 설상가상으로 그 날 저녁 아버지는 잘못한 일도 없는데 경찰서에 붙잡혀 가신다. 정말 재수 똥 튀긴 날이다.  좋은 일은 겹쳐서 오지 않는데 안 좋은 일은 줄줄이 온다. 아버지는 한창 데모를 하고 있을 때 아들은 운동회를 한다든지, 최루탄을 피해 운동장으로 도망온 아가씨를 주인공은 내기에 이기기 위하여 손을  잡고 뛴다든지 하는 설정은 세상살이가 참 비정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마치 옆에서는 초상이 났어도 바로 옆에서는 결혼식을 하고 있듯이.  주인공처럼 재수 통 튀긴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옆에서는 운수대통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참 비정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오늘이 재수 없는 날이었다면 언젠가는 운수대통한 날도 오겠지? 

<제비야 제비야>는 가장 잔인한 게 인간이 맞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가슴 저린 동화였다.. 제비 둥지를 무너뜨리고, 제비를 쫓아낸 사람들에게 자꾸 " 이 인정머리 없는 인간아! 그 제비 둥지가 얼마나 자리를 차지한다고? 제비가 똥을 싸면 얼마나 싼다고? 그렇게 못 살게 구느냐?" 호통치고 싶은 마음이 샘 솟았다. 저 밑바닥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제비 알이 바닥에 퍼~ 억 하고 퍼질 때는 내 마음도 함께 퍽 소리가 나는 듯하다. 자연을 해치라고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게 아닌데 .... 다같이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하였는데.....

밝은 이야기는 읽을 때 즐거워서 좋고, 이렇게 가슴 시린 이야기들은 읽을 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하지만 그래도 여운이 남아서 좋다. 가을에는 좀 슬픈 이야기가 어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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