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기다려져요.

가랑잎 대소동 ㅣ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7
조너선 에메트 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뒤늦은 무더위와 급작스런 대규모 정전 사태 때문에 가을이 오는 것도 잠시 잊고 지내다가 이 그림책을 보고나서야 " 아! 가을이구나!!!" 새삼 깨달았어요.
가을이 되면 항상 즐겨 듣는 노래가 있어요. 바로 이문세 씨의 <가을이 오면>이에요.
많이 들었는데도 막상 부르려면 가사가 혀에서만 맴돌고 자꾸 꼬이는지 ...
아무래도 기억력 감퇴인가 봐요.

나이가 들면서 가을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는 겨울이 참 좋던데(눈이 있어서) 어른이 되니 예쁜 꽃들이 만발하는 봄이 좋아지다가 몇 년 전부터 가을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가을이 참 짧더라구요. 그래서 많이 아쉬워요.

그림책 작가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로 유명한 캐롤라인 제인 처치 예요.
그림 스타일이 정말 사랑스럽죠?
보고만 있어도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면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생기게 하는 그림들이에요.

청솔모 쭈르의 가을 이야기를 떠나 볼까요?

청솔모 쭈르가 고개를 쭈욱 내밀고
" 뭔가 달라졌어 " 라고 말해요.

떡갈나무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쭈르는 떡갈나무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요.
그런데 이 일은 아주 서서히 일어나는 일이기에 쭈르는 아직 눈치 채지 못하고 있나 봐요.
도대체 나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어? 가랑잎이 떨어지네요.
쭈르는 얼른 달려가 가랑잎을 주우려고 해요.
그런데 한 두개가 아니예요. 여기도 저기도 계속하여 가랑잎이 떨어져요.
쭈르는 이 잎 저 잎을 쫒아다니느라 바빠요.

어느새 가랑잎은 이렇게 산처럼 쌓여 버렸어요.
가랑잎이 아까운 쭈르는 여동생 쪼르와 함께 떨어진 가랑잎을 나무에 붙여 주기로 해요.
정말 아이답죠? 창의력 짱이에요.

가장 색감이 뛰어나다고 느낀 장면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을 배경으로 그려진 떡갈나무, 가랑잎,청솔모 등이 정말 아름다워요.
색칠한 후 일일이 종이를 오려 붙여서 작업하여서 입체감이 느껴져요.
그림자도 다 보여요. 또 와트만지의 올록볼록한 부분까지 들여다 보인답니다.

가랑잎을 본래대로 나뭇 가지에 붙여 주려고 애를 써 봤지만
씽씽 바람이 불자 후두둑 소리를 내며 나뭇잎들이 무수히 떨어져 버려요.
쭈르와 쪼르 남매의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어졌죠.
자연의 섭리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요?
그걸 모르는 청솔모 남매는 망연자실해져요.
그때 엄마가 나타나 청솔모 남매를 위로해 줘요. 그리고 이런 말씀을 해주셔요.
"나무는 가랑잎들을 다 떨어뜨려야 한다 ."
그 까닭은 이렇대요.
"가랑잎들을 돌보는 일이 무척 힘들고 여름 내내 나뭇잎들을 지켜 왔기 때문에 이제 얼마 동안 휴식이 필요한 거란다."
그리고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올 거란 말도 해 주셔요.

엄마의 설명을 듣고서야 남매는 마음이 밝아져요.
이제 커다란 떡갈나무에 잎이 몇 개 밖에 남지 않았네요.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요.
엄마 말처럼 봄이 되면 다시 남매에게 돌아올 거니깐요.

남매는 쌓여진 가랑잎을 가지고 놀기 시작해요.
낙엽 향기가 정말 구수해요.
알록달록 가랑잎 가지고 남매는 신 나게 놀아요.

얼마 있으면 우리 동네에도 이렇게 예쁜 낙엽들이 쌓이겠네요.
우리 동네는 나무가 많아서 가을이 되면 진짜 아름답거든요.
그럼 수퍼남매와 함께 낙엽도 밟고, 낙엽 날리기도 하고, 가장 예쁜 잎 줍기도 해야겠어요.
올해는 여학생 시절로 되돌아가 예쁜 잎을 주워와 책 사이에 끼워 놓아야겠어요.

저녁 노을 빛깔을 닮은 가랑잎들.
해가 저녁 노을이 지면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만 내일 아침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가랑잎들 또한 내년 봄에 다시 돌아올 거예요.
아주 싱그러운 모습으로 말이에요.

이 책을 읽고나자 이번 가을이 더 기대가 돼요.
어서 빨리 알록달록한 잎들을 만나고 싶어지네요.
하지만 그 일은 아주 서서히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게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거예요.

아! 어쩌면 쭈르와 쪼르를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딸이 1학년이었을 때
그 가을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청솔모를 만났었거든요.
이번 가을에도 꼭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