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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베개 어디 있어? ㅣ 그림책 도서관
하나야마 가즈미 글.그림, 김숙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8월
절판
탁이네 가족이 잠 잘 준비를 하네요.
탁이가 자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어요.
바로 아기 때부터 늘 함께 해왔던 베개 베돌이가 있어야 해요.
울 아들은 저의 팔꿈치가 있어야 잠을 자는데...
아이들마다 잠을 편안히 자기 위해서 뭔가가 필요한가 봐요.
베돌이와 함께 잠이 든 탁이.
하지만 잠 들고 나서는 저렇게 베돌이 따로, 탁이 따로 자고 있네요.
완전 울 가족의 잠든 모습과 똑같네요.
울 아들도 탁이처럼 저렇게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잠을 자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뻐요.
탁이의 잠자는 모습도 정말 귀엽네요.
아이들은 다른 때도 이쁘지만 잘 때가 가장 이쁘단 말이에요.
베돌이가 슬픈 표정을 하고 있네요.
베돌이는 이제까지 한 번도 꿈을 꾸지 못했대요.
다른 베개 가족들은 매일 밤 모두 꿈을 꾸지만
베돌이는 매일 밤 탁이가 자신을 베고 자지 않기 때문에 단 한 번도 꿈을 꾸지 못했답니다.
베돌이도 다른 베개들처럼 꿈을 꾸고 싶어요.
베돌이의 아주 소박한 꿈이지요.
오늘 밤은 베돌이도 꿈을 꿀 수 있을까요?
갑자기 손님이 오신다고 하여 탁이 어머니가 모든 짐을 옷장에 쑤셔 넣는 바람에
베돌이가 그만 방석에 깔리고 말았어요.
탁이 어머니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흡사하네요.
집에 누가 오신다고 하면 당장 옷장에 무언가를 숨기느라 마음이 급하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 물건을 찾으면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서 한참을 헤매곤 하죠.
왜 매번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물건 찾을 때마다 우리 집 명탐정 아들이 도와주곤 한답니다.
하여튼 방석 밑에 깔린 베돌이는 탁이가 꺼내 주겠지 생각하며 힘들어도 꾹 참고 있었죠.
정말 답답하겠어요.
다시 잠 잘 시간이 되었어요.
베돌이가 없는 걸 알고 탁이가 울고 불며 베돌이를 찾고 있네요.
탁이의 고집에 온 가족이 신경이 곤두섰네요. 아빠의 저 화난 표정 좀 보세요.
누나가 베개를 빌려준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탁이가 애타게 자신을 찾는 소리를 들은 베돌이 또한 들리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탁이를 애타게 부르고 있어요.
지금만큼은 탁이도, 베돌이도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임이 분명하네요.
이산 가족처럼 서로를 애타게 찾고 있는 탁이와 베돌이.
탁이는 방석 밑에 깔려 있는 베돌이를 과연 발견할 수 있을까요?
탁이의 고약한 잠버릇 때문에 다른 베개들처럼 꿈을 꾸지 못하는 것에 대해 못내 서운했던 마음도 모두 잊은 채로 베돌이는 있는 힘을 다해 탁이를 간절히 불렀어요.
그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요?
방석 밑에 깔려 있는 베돌이를 탁이가 발견했어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 날 밤 탁이는 더 이상 베돌이를 발 밑에 두지도, 밟고 지나가지도 않고, 이렇게 자신의 머리 밑에 베고 꼭 끌어안고 잠을 잤답니다.
베돌이는 탁이와 함께 멋진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사랑스러운 내용과 함께 그림까지 앙증맞은 그림책이었어요.
보는 내내 탁이와 무지 닮은 울 아들이 생각 나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어요.
매일 한 번 이상 만나게 되는 베개를 가지고 이렇게 재미난 그림책을 만든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했어요.
역시 작가는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세밀한 관찰력을 가진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 그림책이었습니다.
오늘 밤, 내 베개 또한 나와 함께 꿈의 나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반드시 베고 자도록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