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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없었으면 좋겠어 ㅣ 라임 향기 도서관 2
이성 지음, 김윤경 그림 / 가람어린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언니만 있는 나로선 <오빠> 라는 낱말을 좋아했었다.
나에게도 든든한 오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자주 했더랬다. 언니들이 들으면 서운해 할 지 모르지만 ...
이 책의 주인공 미오는 오빠를 무지무지 싫어한다. 원래 남매는 그런가 보다. 우리 집 수퍼남매도 맨날 으르렁댄다.
자기를 매일 애 취급하는 오빠,
놀리기 대장 오빠,
더러운 짓을 잘하는 오빠,
할머니에게 퉁명스럽게 구는 오빠.
자신의 첫사랑을 무참히 깨버린 오빠.
미오는 이런 이유들로 싫어한다. 이유를 100가지도 더 댈 수 있다.
그런데 미오의 친구들은 그런 왕재수 오빠가 좋단다. 정말 이상하다. 친구들 취향도 참 독특하다고 미오는 생각한다.
미오는 오빠의 친구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 책은 초등학생의 사랑만 다룬 책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일부분일 뿐이다.
미오 남매의 이야기에는 가족애가 담겨 있다.
가족이 슬픔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잔잔하게, 때론 웃기게 그려지고 있다.
재미있는 만화 삽화와 함께 말이다. 삽화는 마치 순정 만화를 보는 것 같다. 울 딸이 보면 좋아할 것 같다.
교통사고로 동시에 할아버지와 아빠를 하늘나라에 보내 드리고
엄마마저 그림을 배우러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다. 뭐 이런 무책임한 엄마가 다 있어? 했는데 책을 다 읽어 보면
그 비밀을 알게 된다.
한꺼번에 사랑하는 가족을 세 명이나 떠나 보낸 미오 남매는 할머니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둘은 생각보다 아주 씩씩하다.
미오에게는 오빠를 미워할 만큼의 마음의 여유도 있다.
책은 이제 사춘기가 막 오기 시작한 미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엄마는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우릴 버리고 프랑스로 갈 수 있지?
할머니는 왜 매번 근엄한 표정으로 우릴 대하시는 걸까?
오빠는 할머니에게 왜 퉁명스럽게 대하는 걸까?
오빠가 말해준 할머니와 엄마에게 얽힌 이야기가 진실일까?
미오는 궁금한 것이 이렇게 많다.
궁금해서 물어 보면 오빠는 " 어리니까 몰라도 돼" 라고 말한다.
그 말이 제일 듣기 싫은 미오. ' 나도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란 말이야?'
그런 미오의 곁에 미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두 명의 단짝 친구들이 있다.
역시 미오만한 나이에는 절친의 역할이 굉장이 중요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 또한 사춘기 이후에는 모든 이야기를 친구와 나누었던 것 같다.
가족을 멀리 떠나보냈지만 씩씩하게 살아 가는 캔디 같은 미오의 모습이 아주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책이다.
어리다고 구박하는 오빠에 맞서
난 결코 어리지 않다고 외치는 씩씩한 소녀 미오는 오늘도 두 명의 단짝 친구들과 함께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