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불빛 동화 보물창고 35
셸 실버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9월
절판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유명한 쉘 실버스타인의 그림이야기를 처음 만나 보았다.
이 책을 통하여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이야기, 유머, 그림 솜씨까지 새삼 그의 탁월함에 빠져 본 시간이었다.

요즘 내가 여름 방학 동안 잘 지내지 못해 한참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터에 그가 남긴 재미 난 이야기들을 보며 모처럼 웃을 수 있었다. 작가에게 감사하다.
13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중에 나를 웃게 만든 이야기만 몇 편 골라 보았다.


무얼 빠뜨렸을까? 바지를 안 입었네. 건망증 하면 나도 일가견이 있어서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바지를 안 입을 정도는 아니지만 자주 차키를 꽂고 내리는 일이 종종 있다.

사전만 달달 외운 모씨의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을 쿵 하고 울린다.
스펙만 열심히 쌓는다고 해서 결코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먼저 인간이 되어야지.
아주 기본적인 진리인데도 세상은 자꾸 스펙만을 요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환상적인 다이빙을 하고 내려오는데 수영장에 물이 하나도 없다.

우스운 이야기 속에 겉치레만 요란하고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자들을 비웃고 있는 것 같아 속이 다 시원하다.

스무모와 스무머의 이야기는
바로 99개를 가진 부자가 1개를 가진 가난한 자의 것마저 빼앗아 100개를 채우려는
과욕을 말해주는 듯하여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10개씩 나눠 쓰면 안 되나? 아님 머리가 스무 개인 스무머씨에게 모자를 주는 게 맞지 않나?
진짜 어리석은 이야기이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와 골라 보았다.
긴 콧수염 두 가닥을 길러 호두 나무에 매달아 그네를 타면 어떤 기분일까?
매번 놀이터에 가면 그네 타기가 가장 힘든데(단 2개 밖에 없어서) 이렇게 휴대가 간편하고, 어디서나 설치가 용이한 그네가 있다면 편리하겠다 싶다.
이 우화만 봐도 실버스타인이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한지 알만하다.
어떻게 콧수염을 길러 그네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읽은 후에 " 푸하하 " 웃은 이야기이다.
얼음 스케이트장에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가다니.
사람은 역시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도 정말 잘 읽고 있다.
아이들의 마음이 피켓에 써져 있는 그대로 아닐까 싶다.
방학도 거의 끝나가는데 열일곱 번의 방학? 진짜 나도 바라는 바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어서 이렇게 창의성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다. 아이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봐야 창의성도 생기는데.... 그 점에선 난 사물을 너무 있는 그대로만 봐서 창의성이 없나 보다.

지리한 장맛비 끝에 떠오른 화사한 햇살처럼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준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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