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이야기 지원이와 병관이 7
김영진 그림, 고대영 글 / 길벗어린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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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가요를 듣다가 그 가사 내용이 " 어쩜, 나랑 딱이야! " 라고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나 책을 보다가 그런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장면 장면마다 " 어쩜 우리 집이랑 똑같네! "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 줄 모른다.그만큼 이 책은 여느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적인 일을 잘 담아내고 있다.
지원이와 병관이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바로 우리 집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일임을 책을 통해 보면서 뭐랄까 "사람 사는 것이 다 똑같구나!" 하는 안도감 내지는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는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병관이가 피자를 받아 들고 아주 신이 났다.
한 달에 한 번 아빠가 밖에서 식사를 하시는 날은 이렇게 피자를 시켜 먹는다.

그런데 아빠가 약속이 취소되셨다면서 들어오신 거다. 엄마의 저 실망하는 표정.
아빠도 엄마의 실망을 아시는지 아빠가 직접 김치 볶음밥을 만들어 드시겠다고 하신다.
아빠는 김치볶음밥, 남매는 피자를 맛있게 먹는다.
모처럼 남편이 밖에서 식사하고 온다고 하면 은근히 좋아하는 아내의 마음을 나타내 주는 장면이었다.

건강을 생각하여 된장찌개로 아침을 준비하였건만 남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반찬이 없다면서 먹는 둥 마는 둥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준비한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반찬 투정이라니....

아침을 대충 먹고 온 지원이.
어라? 급식은 지원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단으로 짜여 있네.
'양껏 많이 먹어야지' 하는 지원이.
저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을 보라!
대부분 학교 급식은 수요일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단으로 짜여 있곤 하는데 그래서 아이들과 교사의 희비가 엇갈리는 날이기도 하다.

태권도장에서 나오다가 수퍼에 가는 엄마를 만나 함께 수퍼에 간 남매.
엄마가 과자 1개씩만 고르라고 하시자(이것도 똑같다. ) 지원이는 얼른 선택을 하였건만 이 많은 과자 중에 1개만 고르라는 것이 너무 어려운 병관이. 먹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병관아, 살다 보면 선택의 순간이 진짜진짜 많단다.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평소에 과자 고르기부터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구나!

엄마는 아까 수퍼에서 사온 새싹으로 새싹 비빔밥을 만들었다.
채소를 싫어하는 지원이에게 조금이나마 채소를 먹이고자 하는 엄마의 바람으로 만든 비빔밥.
거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엔나 소시지까지.
하지만 밥상 분위기가 별로 밝아 보이지 않네.
바로 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가 잔뜩 들어간 비빔밥이 메뉴라서 그렇겠지 뭐.

이 소시지 때문에 밥상이 험악해졌다. 자기 것을 다 먹고 동생 것을 탐내는 지원이와 누나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얼른 밥그릇을 움켜 쥔 병관이. 형제가 있는 집에서는 언제고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채소를 잘 먹지 않고 점점 살이 쪄 가는 지원이 때문에 아빠와 엄마는 약간 심각한 대화를 하신다. 지원이로 인해서 의견 충돌도 생긴다.예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가족이 함께 밥을 먹으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요즘은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밥을 먹는 횟수가 줄어 들어서 밥상 머리 교육이란 말도 궁색해질 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 부부가 항상 의견이 일치할 수는 없다. 그래도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양육을 하는 것보다 이렇게 의견 충돌을 하더라도 부부가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점에서 지원이네 부모님은 아주 건강한 부모님으로 보인다.

자신 때문에 충돌하신 부모님을 몰래 본 지원이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거울을 본다 . 과연 아빠의 말처럼 내가 그렇게 뚱뚱한가?
여기서부터 그림책은 판타지 장면으로 들어간다.

보테로라는 화가의 그림을 패러디한 장면이 연이어 나온다.
뚱뚱한 사람을 주로 그렸다는 화가인데 화면 가득 뚱뚱한 사람들과 함께 지원이가 좋아하고, 즐겨 먹는 음식들이 그려져 있다.
이 장면은 지원이 내면의 고민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대로 비만아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걱정과 함께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 사이에서의 갈등 말이다.

이어서 폭포가 나오고 거울에서 빠져 나온 지원이와 함께 옆 장면은 인터넷 검색을 하는 아빠로 넘어간다.
자연스럽게 화자가 지원이에서 아빠로 넘어오고, 보테로의 그림은 지원이의 고민일 수도 있지만 아빠의 지나친 기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는 검색을 하면서 지원이에게 채소를 먹일 방법을 구상해 보지만 쉽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부모가 바라는 대로 금방 바뀐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채소를 먹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정말 많은 부모들이 고민하고, 궁리하고, 때로는 협박도 해 보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없음을 안다.
이런 장면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하루아침에 지원이가 짠 하고 채소를 잘 먹는 아이로 표현되었다면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로만 인식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 엄마, 지원, 병관이의 고민이 한 방에 해결되는 것들이 아니라 그대로 잔재한다는 것이 공감대를 형성해 준다. <먹는 이야기>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이야기가 아님을 우린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감대 형성은 이 장면에서도 압권이다.
아침에 먹은 찌개를 또 점심에 내놓았다고 타박하는 아빠 때문에 엄마는 드디어 폭발하고 만다. 공격은 아빠가 하였지만 매번 다른 반찬을 어떻게 하냐는 엄마의 말에 아빠는 엄마 눈치를 보며 설거지를 한다.

엄마의 분위기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아빠는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간다. 아빠의 저 표정 좀 보라. 매일 세 끼 가족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엄마. 하루 세 번 차려 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임을 말이다. 모처럼 엄마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지만 머릿 속에는 저녁에 뭐해 먹지? 라는 고민이 든다.
매 끼니는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아침 먹으면 금세 점심이고, 점심 먹으면서 저녁 메뉴 생각하고... 나도 요즘 이게 가장 큰 고민이다. 아이들 모두 방학이니 매일 세 끼를 해 먹이는 게 정말 고역이다.

아빠와 아이들이 돌아오자 엄마는 아까와는 달라진 환한 표정으로 "저녁 식사는 삼겹살"을 외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에다, 채소를 싸서 먹는 삼겹살은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임에 틀림 없다. 모처럼 온가족이 즐겁게 먹는 장면이다.

<먹는 이야기>에 해결 방법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공감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좋다.
'우리 집 뿐만이 아니라 다른 집들도 똑같구나'라는 공감이 지금 나의 고민을 당장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위로를 해 준다.
지금 다른 집 엄마들도 나와 똑같이 매 끼니 메뉴 때문에 고민하면서 방학을 보내고 있구나!
다른 집 아이들도 역시나 채소를 싫어하고, 과자와 소시지 종류를 좋아하는구나!
어느 집이나 먹는 것 가지고 가족끼리 의견 충돌이 있구나!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독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가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말이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겪는 문제라는 것은 대단한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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