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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세상구경
노경실 글, 이담 그림 / 휴먼어린이 / 2010년 11월
노경실 작가와 이담 작가가 함께 한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경실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어릴 적 자신의 경험담을 세세하게 풀어 내고 있다. 아빠라는 든든한 존재와 함께 첫 세상 구경을 하면서 경실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경실이와 함께 가 보자.
다섯 살 난 경실이는 아빠와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하기로 한다.
먼저 전차를 타기로 한 경실이. 마냥 설레고 신이 난다.
저기 전차가 오네.
전차에 아빠와 나란히 앉은 경실이는 반대편에 앉은 사람들을 관찰한다.
닭을 보자기에 싸서 안고 있는 할머니,
젖을 먹이는 아주머니,
큰 짐을 지게에 인 채로 앉아 있는 아저씨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경실이는 성에 낀 창문을 호호 불어 바깥 세상을 본다.
" 동전만 한 세상이 고구마만 하게, 호떡만 하게, 빈대떡만 하게 커졌다"
- 이 표현이 참 좋다.
창문을 통해 본 서울의 모습이다. 지금과는 완전 딴판이다.
작가가 58년 개띠이니 40-50대 들은 작가가 본 것을 본 기억이 날 것이다.
나 또한 어렸을 적에 소 달구지와 망태 아저씨를 봤던 기억이 난다.
동대문에 내려 아빠와 함께 <돌아온 외팔이>란 영화를 본다.
그 시절에는 동네에서 외팔이 아저씨을 자주 봤던 것 같다.
가끔은 나병 환자들이 돌아 다니면서 구걸을 하여 엄청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나들이에 빠질 수 없는 자장면.
자장면 한 그릇이면 정말 최고였던 그 시절.
아빠와 행복한 나들이 속에 갑자기 시커먼 손이 불쑥 나타난다.
경실이는 너무 놀랐다.
경실이와는 달리 이렇게 구걸을 하러 다니는 자기 또래의 아이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집집으로 구걸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았었다.
작가가 그림 작가에게 특별히 부탁했다는 마지막 장면이다.
하룻 동안 경실이가 봤던 그 모든 것들을 이 장면에 다 넣어달라고 했단다.
경실이가 아빠와 함께 한 세상 구경에는 행복한 것, 그렇지 못한 것도 섞여 있다.
이 세상이 실제로 그러하니깐 말이다.
다섯 살 경실이 눈에 비친 세상 또한 아름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아빠라는 이름이 있기에 든든하다.
이 책 또한 어린이보다는 부모가 읽고 감동할 책이다.
경실이의 아빠처럼 그런 든든한 존재가 되어야지 하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의 자녀가 경실이처럼 나를 이렇게 기억해 주고 있다면 그게 가장 행복한 부모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