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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를 조심해! ㅣ 작은도서관 34
강숙인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매일 잠을 잔다.
잠을 자면서 수차례에 걸쳐 꿈을 꾼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꿈은 참 신비하다. 기억도 못하는 꿈을 매일 밤 꾸다니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그것도 길몽보다는 흉몽을 더 자주 꾼다. 이왕이면 예쁜 꿈, 아름다운 꿈, 행복한 꿈만 꾸면 좋으련만...
작가의 생각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자면서 꾸는 꿈은 바로 꿈도깨비가 요술을 부린 결과라고 말이다.
신비한 꿈과 어린이들이 매우 좋아하는 도깨비가 나오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단숨에 읽을 만큼 재미있다.
하지만 <마지막 왕자> <운영전>을 쓴 작가의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워낙 역사 소설에 탁월함을 발휘하시는 분이라 이번 이야기는 조금 시시했다.
하지만 저학년이 읽기에는 딱이다.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니는 꿈도깨비 꾸꾸는 도깨비 나라에서 왕 말썽꾸러기이다.
하여튼 어딜 가나 말썽꾸러기들은 존재한다.
꿈도깨비는 말 그대로 도술을 부려 사람들에게 꿈을 꾸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도깨비들을 말한다.
꾸꾸는 꿈도술을 부려 혼내주고 싶은 아이들이 잔뜩 있다.
첫번째 대상이 바로 모범생인 지훈이다. 지훈이가 잘 때 꿈도술을 부려 지훈이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게 만든다.
하루가 다르게 창백해지고 멍 때리고 있는 지훈이를 보다 못한 지훈이 할머니는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상의를 드리고,
교장 선생님은 고사를 지내고 편지를 써서 불에 태워 그 조각들이 도깨비 나라에 전달되게 한다.
도깨비 나라의 훈장격인 꾸또 할아버지는 인간 세상에서 바람타고 날아온 편지 조각들을 보고 꾸꾸가 꿈도술로 장난을 친
것이란걸 알게 되고, 꾸꾸가 다신 그런 장난을 하지 않도록 하는 묘책을 마련한다.
꿈도깨비 나라의 말썽쟁이 꾸꾸는 단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꿈도술을 부려 악몽에 시달리게 한다.
이유는 그저 내 맘에 안 든다는 거였다. 지훈이는 모범생이어서 싫고, 아름이는 뚱뚱하고 못생긴 애가 너무 당당하게 구는 게
싫다. 그래서 둘에게 나쁜 꿈을 준다.
생각해 보면 참 나쁜 도깨비이다. 인간 세상에도 이런 꾸꾸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자기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도 않는 지훈이와 아름이에게 단순히 자기가 싫다고 해서 이런 나쁜 짓을 하다니...
꿈도술이라는 것도 일종의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도깨비도, 사람도 남이 갖지 못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게 되면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에 더 잘 사용한다는 것을 꾸꾸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나에게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좋은 일, 선한 일, 아름다운 일만 할 것 같은데 어디까지나 그건 이상일 뿐
실은 그 능력을 악용하는 게 현실이다.
꾸꾸의 장난으로 시작한 꿈도술은 지훈이에게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더 나아가 몇백년 동안 유지되고 있던 인간과 도깨비 사이의 우정에 금이 가게 만들려고 한다.
이때 현명한 꾸또 할아버지가 나서서 강한 도깨비가 되고 싶은 야망을 가진 꾸꾸의 마음을 간파하고
오히려 꾸꾸의 야망을 이용하여 묘책을 마련하는 장면은 '지혜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해 주는 장면이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혜안을 가진 분들이 많다면 좀 더 세상이 환해질 텐데 말이다.
나도 나이만 먹지 말고 이런 혜안을 가지도록 노력해야지.
꾸꾸, 꾸또, 꾸나 같은 꿈도깨비 이름도 '꿈 꾸다' 에서 연상된 이름인 것 같아 흥미롭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꾸'가 들어가는 이름 짓기 게임 같은 것도 해 보면 재미 있겠다.
제발 꿈도깨비가 나에게 ' 돼지꿈' 한 번 선물해 줬음 좋겠다. 길몽은 지금껏 한 번도 꿔보지 못했다. 쩝쩝
하다 못해 아이들 태몽도 꾸지 못해서 진짜 서운했다.
꿈도깨비들아, 오늘 밤 좋은 꿈 좀 꾸게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