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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이 사라진 날 ㅣ 평화그림책 4
야오홍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11년 5월
평화그림책 시리즈 중국작가편이다. 중국의 전통 문화인 경극을 소재로 해서 쓰여진 그림책이다.
경극을 실제로 본 적은 없고, 영화 <패왕별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주인공 장국영은 벌써 하늘나라에 가고 없지만 이 그림책을 보니 자꾸 장국영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진짜 아까운 배우인데....
친화이허 강가 외할머니댁에 지내고 있는 아홉살 소녀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할머니가 분주하게 집을 정리하신다. 귀한 손님이 오려나?
그 손님은 바로 경극을 하는 유명한 배우란다. 경극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소녀는 손님의 24시간을 지켜 본다. 손님의 이름은 샤오 아저씨다.
강가에서 샤오 아저씨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자 강 양쪽으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소녀는 아저씨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샤오 아저씨가 주신 경극표 석 장을 가지고 난생 처음 극장에서 경극을 관람하게 되었다.
아저씨는 어디 간 걸까? 분명 나온다고 했는데...
<귀비취주>- 양귀비가 술에 취하다.
아저씨는 양귀비가 되어 나타났다.
<항금병>-금나라 군대에 저항하다.
아저씨는 이번에 여장군이 되어 있었다.
<천녀산화>-선녀가 꽃을 뿌리다
아저씨는 마치 천사 같았다.
소녀는 이 저녁을 잊지 못할 것이다. 소녀에겐 아주 특별할 날이 될 것이다.
경극 장면은 펼친 그림으로 만들어서 극장과 같은 효과를 제대로 발휘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극을 보던 날,
소녀의 화양연화 같은 그 날 이후
샤오 아저씨는 그 아름다운 옷들을 챙겨서 떠났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었다.
일본군 폭격기가 바로 머리 위를 지나다니고, 소녀는 방공호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내가 난생 처음 극장을 찾아
경극에 깊이 빠져들었던 그 저녁,
그 아름다웠던 저녁은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나에게 경극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준
샤오 아저씨의 소식도 다시 듣지 못했다.
공연으로 번 돈을
전쟁고아들을 위해 기부했다는 풍문만
어른들에게 전해 들었을 뿐....(본문 인용)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게 바로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