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 나의 키티 동화 보물창고 33
빌 월리스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유난히 자신에게만  두려움을 주는 대상이 누구나 존재할 것 같다.  난 그것이 바로 계단 내려가기와 축구공이다. 계단에서 한 번 굴러떨어진 기억이 있어서인지 다른 사람을 힐끗 쳐다보면 계단을 보지 않고도 잘 내려가는데 난 꼭 계단 하나하나를 확인하며서 내려간다. 축구공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한 번 축구공에 세게 맞은 경험이 있은 후로 축구공이 왠지 무섭다. 막연히 두려운 대상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경험과 관련지어 두려움의 대상이 정해지는 듯하다. 

10살 리키도 마찬가지이다. 리키는 개가 가장 두렵다. 아주 어렸을 때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심하게 물어 뜯기고-죽었다고 생각했으니까- 무시무시한 광견병 주사를 12대를 맞은 뒤로 아주 조그만 개를 보더라도 그 자리에 얼어 붙고 덜덜 떤다. 왜 아니겠는가?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만든 것이 바로 개인데... 

그런 리키에게 떠돌이개가 나타난다. 리키의 헛간에 떠돌이 개가 몰래 숨어든 것이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거의 죽기 직전에 있는 그 개를 보고, 리키는 <개도 싫지만 동물이 죽는 건 더 싫어>하며 몰래 먹을 것을 갖다 준다. 개에게 물린 사건이 있은 후로 개를 가까이 해 본 적이 없는 리키는 저 혼자 먹을 힘 조차 없는 그 떠돌이 개가 우유를 먹을 수 있도록 개의 머리를 받쳐 준다 . 개를 만진다는 것은 리키에게는 기적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어린 개는 배가 터질 것처럼 먹는다. <기운을 차릴 때까지만 먹을 것을 갖다 줘야지> 하던 키티는 어느새 떠돌이 개를 돌보고 있었다. 리키와 떠돌이 개 키티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아빠가 고모를 위로하기 위해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아빠를 대신하여 암소가 송아지를 낳는 곳을 찾아 나선 리키와 키티에게 뜻하지 않은 위험이 몰아닥친다. 바로 떠돌이 개떼를 만난 것이다. 추운 겨울 밤. 이제 막 태어난 송아지를 먹기 위해 나타난 개떼와 송아지를 지키기 위한 리키와 키티의 싸움은 불가피했다. 혼자서 여러 마리 개를 상대로 싸우는 키티를 보며 리키는 자신의 잠재의식 깊은 곳에 있던 두려움마저도 떨쳐 버렸다. 자신의 개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리키가 자신의 개 키티를 지키기 위해 개 떼들과 싸우는 장면은 전율을 느낄 정도로 감동적이다. 오래전 그 어릴 때처럼 다리를 개에게 물어 뜯기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개들과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하다. 리키와 키티가 서로를 구하기 위하여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을 머릿 속으로 그려 보며 읽으니 그들이 지금 그 순간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알 것 같았다.

리키가 키티와 함게 힘을 합쳐서 무서운 개 떼들과의 싸움에서 완전히 승리한 걸로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났다면 이 작품은 그저그런 범작에 그쳤을 것이다. 그 후에 또 다시 닥친 절망과 그 절망을 극복하는 리키가 그려졌기 때문에 이 작품이 빛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나 싶다. 한 고비 넘겼다 싶으면 또 다음 고비가 온다. 그리고 우린 그 고비를 또 죽을힘을 다해 넘어간다. 리키도 마찬가지였다. 어려서 개에게 당한 몸과 마음의 상처가 키티라는 떠돌이개를 통하여 겨우 치료되었다 싶었을 때 그 보다 더 큰 고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또 절망한다. 하지만 키티는 그렇게 절망 속에 갇혀 지내지 않는다 . 키티를 통해서 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것처럼 이번에도 똑 극복할 것이다. 그렇게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리키는 더 단단해지고, 더 성숙할 것임을 독자는 안다. 우리도 리키처럼 그렇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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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0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어제 독서실 가서 이 책 읽었는데 아직 리뷰를 못 썼네요.
나는 자전거 타는 거 무서워서 못 배웠어요. 어려서 집채만한 자전거를 안고 넘어진 후휴증으로로~~~ㅋㅋ

수퍼남매맘 2011-07-0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전거 못 배웠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선배에게 배우다 넘어지는 바람에 앞니가 약간 부러졌거든요. 그후론 후덜덜~~ 아직 못 탑니다. 드라마에서처럼 바구니 달린 자전거 폼 나게 타고 싶지만 마음만 그럴뿐 엄두가 안 나요. 완전히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