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 ㅣ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1
김향금 지음, 김재홍 그림 / 열린어린이 / 2011년 4월
얼마 전 봤던 <써니>라는 영화와 조금 어울리는 듯한 그림책이다. 할머니, 엄마, 딸이 사는 동네를 쭈욱 보여주면서 그녀들과 함께 했더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게 만든다. <나의 사직동>과 비슷한 느낌도 준다.
북동마을에 살던 연이(외할머니), 청계천 주변에 살던 근희(엄마), 광진구 아파트에 사는 나
모두 아홈 살의 그녀들이 살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전라남도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 말이 북을 싣고 달리다 마을 뒷산에 툭, 떨어뜨렸다고 해서 북동마을이라고 한단다. 연이(외할머니가)가 사는 마을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간 연이. 일제 시대라서 일본어를 배웠는데 8월에 해방이 되어 학교가 문을 닫았단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일제시대 말기에 소학교를 다닌 셈이지. 3개월이 지나 학교가 다시 문을 연 뒤에는 한글을 배웠다고 한다.
그 시절에도 소풍이 있었나 보다. 김밥은 꿈도 꾸지 못하고 고작해야 찐 밤이나 고구마가 도시락이었던 그 시절. 그래도 마냥 풀밭에서 즐겁게 뛰어 노는 아이들. 예나 지금이나 소풍은 즐겁다.
그렇게 외할머니는 북동 마을에 살다가 시집을 갔고 남편과 함께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이제 엄마가 살던 곳으로 떠나 보자.
근희(엄마)가 살던 곳은 청계천 영미다리 건너, 중앙시장 언저리에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이다. 막다른 골목 가운데 집에 옹기종기 가족들이 모여 살았다.
그때는 학생 수가 많아서 이렇게 2부제 수업을 했더랬다. 나도 기억난다. 1-2학년 때 2부제 수업하던 것.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교실을 메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나도 이 시기에 국민학교를 다녔었으니까.
학교 끝나면 골목에 나가 이렇게 고무줄 놀이도 하고.... 엄마가 " 근희야, 저녁밥 먹어라" 할 때까지 동네 친구들과 신 나게 놀던 시절.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였었다. 지금은 골목 문화가 다 사라져 버렸지. 골목이 있다손 치더라도 학원에 가느라 아이들은 놀 틈이 없다.
광진구 아파트에 사는 '나'. 유서 깊은 아차산과 광나루 사이에 성냥갑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들. 아파트 사이를 빠져 나와 화단을 주욱 따라 큰 길 두개를 건너면 학교가 나온다. 아파트에 빙 둘러싸여 있는 우리 초등학교.
비슷한 상가들이 밀집해 모여 있고 조금만 더 나가면 대형 쇼핑몰과 대형 할인점도 있다.
외할머니, 엄마,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여행하면서 달라진 것도 있고 시대와 공간이 바뀌어도 여전히 같은 것도 있다는 걸 그림책을 보면서 저절로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부모들은 엄마 세대일 것이고, 아이들은 '나'의 세대일 것이기에 세대 간을 아우르면서 먼 할머니 세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그 당시의 생활까지 엿볼 수 있다. 그것들을 통해서 3대가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이야깃감을 제공해 주는 알찬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