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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더 많아
윤구병 글, 이담 그림 / 휴먼어린이 / 2010년 5월
요즘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가 바로 이담 님이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뉴욕에 거주하며 부인과 함께 그림 작업을 하신다고 한다.
<폭죽소리><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끝나지 않는 겨울>등 계속해서 이담 님의 그림을 찾아서 보게 되는데 볼 때 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앤서니 브라운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
우리나라 그림작가 중에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분이 계시다니.....
미래 만화가를 꿈꾸는 딸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보여주니
" 엄마, 진짜 그림 잘 그리신다" 이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남편에게도 보여 주니
" 와! 진짜 멋지다"
한다.
이담 님의 그림은 굉장히 중후하다.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작가가 얼마나 공들여 오랜 시간 작업했을까 고스란히 느껴진다.
일단 이 그림책은 그림이 정말 멋지고
윤구병님의 철학적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가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머니 저녁놀은 불씨를 지킨다.
그럼담 주인공은? 아침놀이다.
아침놀은 동물을 돌보고 식물을 관찰하는 게 취미이자 특기이다.
인디언들의 이름 같은 가족의 이름이 참 예쁘다.
선사시대이니 당연히 먹고 살려면 사냥을 해야 한다.
아침놀은 사냥하기보다 다친 짐승들을 치료해 주는 일을 더 좋아한다.
사냥을 잘하는 아버지는 아침놀이 달리기도 잘하고, 관찰력도 뛰어나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는 게 없는데도 사냥을 하지 않는 게 늘 못마땅하다.
아침놀은 사냥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게 맞다.
그 이유는 천사처럼 맑은 눈을 가진 동물을 죽이는 게 싫어서이다.
아침놀은 마치 <야쿠바와 사자>에 나오는 야쿠바 같은 인물이다.
아침놀이 못마땅한 아버지는 아침놀에게 사냥을 해 오라고 윽박지른다.
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 숲으로 사냥을 떠나는 아침놀
마을 사람들 모두 사냥을 못하는 아침놀을 무시하고 아이들에게 같이 놀지 말라고 한다.
쓸쓸하게 숲을 향하여 걷는 아침놀의 어깨가 무거워 보이고 고개는 축 쳐져있다.
가장 색감이 아름답다고 느낀 장면이다.
숲에 들어온 아침놀
숲에 오면 편안하곤 했었는데...
아버지의 명령대로 사냥을 해야 한다.
예전에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땐 이 숲에 함께 와서 여러 가지 동물의 똥에 대해 공부하고, 여러 가지 풀에 대해 공부했었는데 지금은 사냥을 해야 한다.
아침놀은 사냥을 할 수 있을까?
딸이 가장 멋지다고 고른 장면이다.
아침놀과 마을에서 가장 사냥을 잘하는 아이 날쌘범이 함께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디카가 이 색감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야쿠바와 사자>와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림이 주는 느낌은 굉장히 다르다.
둘 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죽고 죽이지 않더라도 상생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마지막 아침놀이 숲 속에 들어가 <모르는 게 더 많다>고 말하는 장면은 인간이 자연 앞에 가져야 할 겸손함을 일깨워 준다.
이 작품 속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도 나오고,
마을에서 왕따 당하는 아침놀의 슬픈 마음도 전해지며,
누구나 다 다른 재주가 있음을 인정해야 함도 느끼게 해 준다.
여러 모로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 주고
보는 눈을 정말 황홀하게 해주는 멋진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