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아저씨 민들레 그림책 5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월
장바구니담기


내일은 권정생 작가님의 4주기가 되는 날이다. 하여 5월 마지막 날까지 나름대로 권정생님 추모 기간으로 정하여 그분의 작품을 다시 리뷰해 보려고 한다.
우리 반 친구들에게 오늘 읽어 주어 큰 관심을 받은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 그나마 슬프지 않고 웃긴 장면도 가끔 나오는 그림책이다.
강아지똥과 마찬가지로 정승각 님이 그림을 그려 주셨는데 황소 아저씨의 모습이 마치 이중섭 화가의 소를 연상시키는 것처럼 아주 힘차고 그러면서도 따뜻하다.

<둥그런 보름달님이 은가루 같은 달빛을 쏟아 놓은> 날 외양간 황소 아저씨는 보릿짚에 주둥이를 파묻고 곤하게 잠을 자고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 시적이어서 좋아하는 문장이다.

새앙쥐 한 마리가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들어와 겁도 없이 황소 아저씨의 등을 타고 구유를 향해 가다가 황소 아저씨가 간질거리는 등을 꼬리로 후려치는 바람에 나동그라지고 만다.
이 장면이 우스운지 아이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폭신거리는 보릿짚 덕분에 죽음은 면한 새앙쥐는 연유를 물어보는 아저씨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신 바람에 동생들이 굶어 죽게 되어 이렇게 구유 안에 있는 찌꺼기라도 가져 가려고 아저씨 등을 타 넘었다고 한다.이 말을 들은 황소 아저씨는 버럭 화를 내기보다 어서 자신의 등을 타 넘어 동생들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라고 말하고 몇 번이고 좋으니 충분히 먹잇감을 가져가라고 마음 좋게 허락을 해 준다.

아저씨의 허락에 맏이 생쥐는 아저씨의 구유에 있는 콩 한 조각을 우선 가져간다. 도대체 콩 한 조각을 가져가서 배가 부를까 싶었다.

맏이 생쥐는 콩 한 조각을 동생 넷에게 우선 먹이고 나서 아저씨의 말대로 열네 번을 등을 타넘어 먹이를 가져다 준다.말이 열네 번이지 맏이의 희생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신도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하지만 동생들을 위해서 지치지도 않고 먹이를 가져다 준 맏이의 희생에 박수를 보낸다. 굶어 죽을 뻔한 동생들은 황소 아저씨와 맏이 덕분에 볼볼 다닐 정도로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황소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날. 추녀 끝에 달린 고드름으로 세수도 하고, 코딱지도 닦고, 수염도 닦는 생쥐 오남매. 코딱지라는 낱말이 나오자 아이들은 엄청 좋아한다.

오남매를 만난 아저씨는 외양간에 같이 살자며 제안을 하고, 황소 아저씨와 생쥐 오남매는 그렇게 한 식구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따뜻해지는 동화책이다.
전에도 아이들에게 읽어 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몰랐던 사실인데 오늘 다시 보니
굉장히 어둡게 시작되었던 그림 톤이 시간이 경과될수록 밝은 톤으로 변하는 것이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초반부에는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이 어둡다. 더구나 푸른 빛이 주는 느낌은 약간 삭막하기도 하다. 혼자 외양간에 있는 아저씨나 굶어 죽을 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의 생쥐 남매일 때는 아주 어둡고 우울하게 그림 톤이 그려지다 따뜻한 황소 아저씨와 생쥐가 만나 이야기를 하고 먹을 것을 얻게 되고, 외양간에 함께 모여 사는 장면까지 점차적으로 톤이 밝아진다. 마지막 이 장면에서는 가장 밝게 표현이 되어 있다.단순히 먹을 것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닌 하나의 식구가 된 장면에서는 이렇게 한없이 밝은 톤으로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권정생 님이 말씀하시고 소원하시던 바로 다 같이 행복한 세상을 황소 아저씨와 생쥐 오남매가 먼저 이루었다. 권정생 님의 철학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어서 이 작품이 참 좋다.


사람 사는 세상도 이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