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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은 지금 파업 중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1
장 프랑수아 뒤몽 지음, 이주희 옮김 / 봄봄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파업> 이라는 낱말을 듣게 되면 어떤 이는 좌파 빨갱이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나기도 하며, 어떤 이는 노동자들의 권익이 먼저 떠올려 지기도 할 것이다. 한 가지 낱말을 듣고도 이렇게 완전 다른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자신의 경험과 사상 때문이겠지. 평북 정주가 고향이신 우리 친정 아버지께서는 아직도 본인의 경험 때문에 뉴스에 파업 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 빨갱이들이 선동질한 것이라고 주장하신다. 그런 아버지가 잘못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건 그분의 경험이 그러하기에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그 생각을 바꿀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자신만의 경험에 비추어 편협된 가치관을 심어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그림책도 꼭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어린이들이 기업주 입장에서도, 노동자 입장에서도 고루 생각할 수 있을 때 다같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 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가 부당한 농부 아저씨에 대한 젖소들의 항의를 표현한 것이었다면 이 책은 바로 양들이 자신의 권익을 주장하기 위해 파업에 나서고 그 문제를 조정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책을 잇달아 읽어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왜 파업이 일어나는지, 파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파업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두 책을 읽고난다면 분명 파업이 무조건 나쁘고 , 뺠갱이들이 선동질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두 책의 다른 점이라면 앞선 책은 젖소의 반대 편에 선 사람이 농부 아저씨였는데 이 책에서는 사람은 나오지 않으며 다른 동물들이(비둘기, 개 등등) 반대편에 나선다. 파업 이라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낱말과 사회 현상에 대해 동물들을 의인화 시켜 어린이들에게 파업이라는 현상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는 이 두책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가보다 노동자가 더 많은 이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 파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최후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파업이니까 말이다.
지난 겨울 홍대 청소부 할머니들의 파업이 생각난다. 할머니들이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할머니들은 그대로 부당하게 해직이 되었을 것이다. 할머니들이 스스로 일어나 항의하고, 함께 도와주는 이들이 있어 맞서 싸웠기에 승리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어린이들도 부당한 대우, 처우에 대하여 맞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어릴 적부터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자가 강자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혀지지 않는 하나의 행태가 파업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린이들이 이해했음 한다.
이 책에서도 항상 털을 몽땅 다 깎인 후에 오돌오돌 떨어야만 하는 양들이 파업을 결정하고, 파업을 행한다. 왜 양들만 그렇게 털을 깎여야 하는지 양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도 몽땅 말이다. 시월에 추워 본 경험이 다른 동물들에게 있던가 ? 양들은 그래서 파업을 하기로 결정한다. 파업의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불편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귀하다고 생각한다. 농장은 양들의 파업을 찬성하는 동물, 반대하는 동물들로 나뉘게 되고, 양들은 파업을 결정한 후 거리로 나선다. 왜 양들만 털을 몽땅 깎여야 하는지.. 양들은 외친다. 그날 밤 다른 동물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고민한다. 다음 날 양들은 예전처럼 몽땅 다 털이 깎여 나온다. 양들의 표정은 전혀 비장하거나 화가 나있지 않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그날 밤 농장 여기저기서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아침이 되자 상상도 못했던 양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바로 털을 깎은 양들에게 춥지 않게 털옷을 입혀 준 것이다. 양들과 다른 동물들이 보여준 것이 바로 정치에서 말하는 양보와 타협 아닐까 ?
우리 인간 사회에서도 이런 멋진 양보와 타협이 존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