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이다.  예전에 내가 학생일 때는 공휴일이라서 식목일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식목일을 기억할까 싶다.  

나무 나무 나무 !! 나즈막히 불러 본다.

나무를 비롯해서 꽃은 좋아하지만 직접 기르는 것은 안 좋아한다. 잘 양육하지 못해서 금방 죽여 버려 큰 죄를 저지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우리 집에는 그래서 화분이 하나도 없다. 나이 먹으면 식물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직 젊은가 보다.  우리 교실에는 어머니들이 준비해주신 화분이 여섯 개 있다. 이것들을 잘 길러야 할 터인데.... 

월요일에 와보니 어떤 화분 하나가 잎이 축 늘어져 있길래 얼른 물을 주었다. 퇴근할 때 보니 다시 잎이 생생해져 있다. 물 주기 전후를 다 보니 진짜 신기하다. 교실에 있는 화분만이라도 잘 있어야 될 터인데 말이다. 

식목일이면 생각나는 책이 있다. 바로 <나무가 좋다>이다. 우리 반 어린이들을 책자리에 모아 놓고 책을 읽어 주었다. 직접 나무를 심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책으로나마 나무를 심어보고 싶었다.  칼데콧 수상작인 이 작품은 아주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그래도 매번 읽을 때마다 감동이다. 나무가 주는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을 들어 보고 함께 열거해 보면 참 좋다.  칼라와 흑백이 교차하는 이 그림책. 여자 어린이가 심은 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이 나무가 자신의 키보다 더 커지고, 아름드리 나무가 되려면 무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듣는 아이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니 읽어 주는 사람의 마음도 더 푸르러지는 듯 하다. 

 

내친 김에 두 권을 읽어줬다. 오늘은 특별한 식목일이니깐.  

아침독서10분 시간에 읽은 책인데 읽다 보니 책 내용이 좋아서 아이들에게 책도 소개해 줄 겸 읽어 주었다.  

겉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제목도 사뭇 호기심이 인다. <양말 들판>이라니? 

일본 작가의 작품인데 유치원 어린이들이 신발 위에 어른의 낡은 양말을 덧입은 채로 들판에 산책을 나간다. 선생님은 왜 양말을 신고 산책을 하라고 하는 것일까? 그렇게 신 나게 뛰어 논 후 양말을 조심스럽게 벗어 비닐 봉지에 넣어 유치원에 온다. 선생님은 화분에 그 양말을 심으라는 것이다. 웬 생뚱맞은 소리?  더러워진 양말을 화분에 심고 흙도 덮어주고, 물도 준다. 유치원 아이들의 질문은 더 창의적이다. " 선생님, 그러면 양말 꽃이 피나요?"  과연 양말 꽃이 필까?  다음 날, 그 다음 날이 되어도 화분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그 다음 날엔 어떨까?  와! 양말에도 새싹이 돋아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 반 어린이들도 함께 탄성을 질렀다. 양말을 신고 들판을 돌아다녀 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들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나무를 심으러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무에 관한 책 2권을 읽고 내 마음에 책 나무가 자랐으니 이 정도면 되겠지? 

오늘 읽어 준 책 2권의 내용이 아이들의 마음 밭에 떨어져 양말 나무가 아니라 책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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