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네 가족사진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4
노경실 지음, 김재홍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겨울 노경실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질 때 작가님의 소개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때 해 주셨던 동생분의 죽음을 떠올리면서 읽으니 더 절절하게 느껴졌다. 

복실이는 노경실 작가 자신이고, 이 이야기는 당신의 가족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쓰신 책이다. 

자신의 품에서 죽어간 9살 여동생이 평생 아픈 추억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작가는 동생의 죽음을 더 이상 슬픔으로만 간직하지 않고 이렇게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이 위대해 보인다. 

가족의 죽음은 큰 상처로 남아 있기 마련이라 굳이 들춰 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작가님은 그렇게 마음 속에만 남겨 두지 않고 이렇게 작품 속에 동생을 등장시키므로 인해 

현재까지도 동생과 함께 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지금도 동생이 4명이라고 소개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여겨진다.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작품을 쓰신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작품을 쓰는 가장 강한 원동력은 바로 <가족 >이라고 말이다. 

 

58년 개띠라서 나보다는 12년 차이가 나는 시대적 상황이지만 읽으면서 굉장히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책은 30-40대 부모님들이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 주면 어린이들에게 훨씬 이해가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회충약 먹는 이야기, 변소청소 이야기, 대중 목욕탕 이야기, 문둥병자가 구걸하는 이야기, 뽑기 만들어 먹는 이야기, 우산 하나 

로 넷이 쓰고 가는 이야기, 가족이 함께 가던 소풍 이야기 등등 

나에게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 시절 이야기들이 등장하여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 속에서 함께 못살던 시절 가족이 함께 돕고, 다투기도 하고, 슬픔을 맞이하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는 이야기 속에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시절엔 이웃이 있었다. 가족처럼 함께 웃고, 함께 울어 주던 정다운 이웃 

이 있었다. 

복실이네 가족 사진에 혼자만 덩그마니 오려 진 사진으로 붙여진 남실이(죽은 동생).  

남동생 훈이의 돌을 기념으로 온 가족이 사진관에 가서 가족 사진을 찍었다. 

현상하여 보니 남실이가 사진 속에 없는 거다. 

미리 하늘 나라에 갈 거라고 알기나 한 것 처럼 말이다. 

사진이 귀하던 시절. 다시 찍을 수는 없고 남실이 사진을 오려 붙여 만든 흑백 가족 사진 한 장,  

복실이도 펑 하는 소리에 놀라서 다른 델 쳐다 보고 있는이상한 가족 사진 

아마 복실이네는 이 가족 사진 한 장을 가지고 

그 모든 추억들을 생각해 낼 것이다.

어렸을 때 사진사 아저씨들이 이상한 꽃 배경이 있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사진 찍으세요 > 외치던 기억이 떠오른다.    

얼마나 찍고 싶었던지...

특별한 날에만 사진을 찍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아무 때나 어디서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었던 시절이었다.

나처럼 막내들은 그나마 돌 사진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잘 나온 가족 사진은 아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온 가족이 함께 찍은 이 사진 한 장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을 복실이네를 생각하니 가슴이 쏴아해진다.    

복실이네 부모님은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끝내 가정을 포기하지 않고, 온 가족이 그 슬픔들을 함께 이겨 나간다. 

마지막 부분 아버지께서 미군 부대를 나와 

자신만의 전파상을 동네에 내시며 가게 이름을 짓는 장면이 나온다. 

막내 아들 <훈이네 전파상>으로 하자는 의견에 

맏이인 복실이가 처음으로 반기를 든다. 

살아 생전에 남실이가 딸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구박을 받았는데.. 

그렇게 해서 전파상 이름은 결국 <우리 집 전파상>으로 낙찰되었다. 

 

그때에 비하면 물질적으로 많이 풍요해진 지금 

아무 때나 사진을 마구마구 찍을 수 있는 요즘  

과연 우리는 그때에 비해 가족이 더 사랑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가족의 행복은 꼭 물질적 풍요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이 함께 걸어갈 수 있을 때 그 가족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복실이네 가족처럼 말이다. 

딸을 먼저 하늘 나라에 보내 부모의 마음 

자신의 품 안에서 죽어 간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의 마음 

늘 함께 티격태격하던 언니, 동생이 어느 날 보이지 않는 낯선 마음 

복실이네 가족은 그런 아픔들을 함께 어루만져 주고,  함께 견뎌낸다. 

우리네 가족들도 그랬으면 한다. 가족이 있어서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절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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