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 초에 꼭 읽어 주는 책이 있다.
바로
아래 책이다. 발표에 자신감이 없는 친구들이 항상 반에 존재한다.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친구들을 위해 꼭 읽어 주는 책이다.
수업 시간에 < 친구 칭찬하기 >발표가 있었다. 먼저 아이들에게 짝꿍 이름을 한 번 씩 말해보도록 하였다. 처음부터 어려운 질문을 하면 안되니깐 가장 쉬운 질문부터 던졌다. 짝꿍이름은 아주 쉬운 것이므로 제법 발표를 잘했다.
다음 단계는 새롭게 사귄 친구를 칭찬하는 발표였다. 생각할 시간을 1분 정도 준 뒤 발표 기차(한 명 씩 돌아가며 발표하는 것)가 출발하였다. 2명의 친구가 결국 발표를 못했다.
한 친구는 모든 분야에 다 뒤쳐지는 친구라서 이해가 되는데 한 친구는 의외였다. '나'군에게 생각해 보라고 몇 번의 기회를 주었지만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런 친구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 바로 <틀려도 괜찮아>이다. 발표 울렁증을 가진 친구들은 대부분 소심한 친구들이다. 자신감이 결여된 이 친구들은 혹시 발표해서 틀리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 친구들에게 이 책은 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진리를 말해준다. 요즘 무슨 학습지 광고에도 이와 비슷한 광고가 나오는 것 같다. 아직 여덟 살 밖에 안 된 우리들이기에 틀리는 것은 당연하고, 틀리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곳이 바로 교실임을 일깨워 준다. 친구가 틀린 답을 말했을 때 다른 친구들이 갖춰야 할 예의 또한 알려 준다. 그건 바로 <절대 비웃지 않기 > 담임인 나도 틀렸다고 야단 치는 경우는 한 번 도 없다. 다만 용기와 자신감이 없어 손을 못 드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말해 준다. 마음 속의 괴물에게 잡아 먹히면 안된다고 말해준다. 마음 속의 괴물과 싸워 이겨서 손을 높이 들어올리라고 말한다.
책을 다 읽어 준 후 어린이들에게 우리 반도 이런 교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반 친구 중에도 아직 한글을 못 깨친 친구가 몇 명 있는데 받아쓰기나 책 읽기를 잘 못하더라고 절대 비웃거나 <바보>라고 놀리지 않도록 당부하였다. 지금은 주로 그림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누가 한글을 못 읽나 글씨를 못 쓰나 어린이들이 알 수 없지만 4월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들어가면 자연스레 친구들이 알게 된다. 그럴 때 잘 못하는 친구들에 대해서 절대 놀리거나 비웃지 않도록 미리 선수를 쳐놨다.
작년에도 한글 못 읽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도 나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학년 올라갈 무렵에야 겨우 책을 읽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더듬더듬 읽는 수준이었다. 현재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따로 글을 깨칠 시간은 없다. 제도적으로 유치원에서 정식으로 한글을 깨치는 과정이 마련되어야 이렇게 부모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해서 한글을 습득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한글 깨치기가 부모의 몫이 되어 버리면 이런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작년 아이도 그렇고 이번 친구들도 그렇고 저절로 깨치겠지 하거나 부모가 방심한 사이에 벌써 초등학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차 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유치원 정규 과정에 한글이 들어간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한글을 못 깨치고 오는 경우가 없을 텐데 말이다. 벌써 5세 때부터 한글을 학습하는 친구들이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예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초등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그렇담 한글 과정을 유치원 과정에 넣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한글 마저 사교육에 빼앗기고 있으니....
한글 미해득으로 인하여 괜히 1학년부터 <부진아>라는 오명을 달게 만드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 같다. 그건 어찌 됐건 부모의 잘못이 크다. 그러니 부지런히 아이가 한글을 습득하도록 가정에서 매일 지도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책 읽어 주기이다.
무엇보다 한글 미해득으로 인하여 아이 자신이 제일 괴로울 거다. 다른 어린이들은 다 읽고 쓸 줄 아는데 본인만 모르니 오죽 답답하겠는가? 담임 선생님도 고생이다. 정규 과정에 한글에 대한 것은 아주 짧게 스치고 지나간다. 따라서 이런 친구들은 따로 부진아 지도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8세 전후가 되면 저절로 한글을 깨치나 특별히 언어 부분이 미발달된 어린이들은 부모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글 미해득자는 어찌 되었건 받아쓰기 들어가면서 자신감을 잃게 되고 학습에 흥미를 잃을 수 밖에 없다. 작년에 그 친구도 한글을 모르니 수업 시간이 재미가 없어서 매일 딴 짓을 하곤 하였다. 왜 안 그렇겠는가? 이번에는 3명이나 된다고 하니 나 또한 걱정이다.
우리 반 친구들에게 미리 선수를 치긴 하였는데 한 해 동안 한글 미해득자들이 상처 받지 않고 꿋꿋하게 잘 견딜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