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의 역할

신기한 독 ㅣ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3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0년 10월

입말로 쓰여진 옛날 이야기는 어른인 내가 읽어도 감칠 맛이 팍팍 난다.  

이 책 또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 주는 착각을 할만큼 입말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야기 속에는 세 명의 중요인물이 나온다. 농부, 욕심많은 영감, 원님이 그들이다.  

어느 날 농부가 밭에서 일을 하다가  괭이 끝에 뭔가가 걸리는 느낌을 받아 그 곳을 파보니 커다란 독이 있는 것이다.   

낡고 허름한 그 독을 집에 가져 온 농부는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괭이를 넣어 둔 채 한쪽 구석에 놔뒀다.  

얼마 후 괭이를 꺼내려던 농부는 독 속에 똑같은 괭이가 있는 걸 보고 하도 신기하여 엽전을 넣어 본다.  

(실험 정신이 강한 농부다. )

 아니나 다를까?  독 속에는 엽전이 그득해진다. 그 독은 복제를 하는 신기한 독이었던 것이다. 

 농부의 신기한 독에 대한 소문을 들은 욕심 많은 부자영감은 이제나 저제나 그 독을 어떻게 하면 뺏어올까 궁리를 한다.  

(자신은 이미 부자이면서 또 욕심을 부리다니....)

 영감은 농부에게 그 독을 어디서 구했냐 묻고 농부는 밭에서 구했다고 대답한다. 

 영감은 그 밭은 원래 자신의 밭인데 자신은 밭만 팔았지 그 속에 묻혀 있는 독까지 판 것은 아니라면서 억지를 부린다.  

 농부와 영감의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원님에게 재판을 받아 보라고 권한다. 

 원님 앞에  신기한 독을 들고 간 농부와 영감.   

원님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신기한 독이 탐나기 시작한다.  (원님도 부자 영감이 별반 다를 게 없다. )

원님은 이 독은 신기한 독이니 나라에 바치라고 명을 한다.  원님의 명이니 따를 수 밖에....

공권력을 행사하여 독을 차지한 원님은 자신의 집으로 독을 가져 온다.  

원님에게는 80이 넘은 노령의 아버지가 계셨는데 이 허름하고 쓸모 없는 독을 본 할아버지는 그 독에  뭐가 있나 들여 보다  

그만 독 속에 빠져 버린다.  

자! 그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상상이 충분히 되지 않은가!

이 신기한 독은 바로 복제를 할 수 있는 독이다.  

원님의 아버지가 무한대로 복제가 되는 것이다.  

<아버지!> 라고 부르는 원님 앞에 서로 자신이 아버지라고 하며 서로 싸우는 통에 신기한 독은 와장창 깨지고 만다.   

독은 깨지고 서로 자신을 아버지라고 말하는 아버지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는 원님. 

그러기에 왜 공권력을 남용하여 그 독을 가져왔노?
 

권선징악적 결말이 잘 드러나는 재미 있는 옛날 이야기라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농부의 것을 욕심내는 영감, 둘의 송사를 해결해 주기는 커녕 공권력을 이용하여 독을 가로채었다가 자신의 꾀에 넘어간  

원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욕심 많은 영감보다 더 욕심 많은 원님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몹쓸 짓을 해대는 사람이 항상 존재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농부에게 사기를 치려고 하는 부자는 재력가를 대표하고 

부자를 등쳐 먹으려는 원님은 바로 정치 권력가를 대표한다고 보여진다. 

이야기에서 돈보다는 권력이 더 막강하다는 설정인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길래 재벌들도 정치판에 뛰어들려고 하지 않던가!

요즘 우리나라는 돈이 더 막강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유명했던 앵커가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려고 하는 걸 보면 권력이 좋긴 좋나 보다. 

 

어제  오랜만에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상하이 영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 덩 > 여인에 대한 뉴스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영사라 하면 사회지도층  인사들인데 이렇게 부적절한 관계나 가지고, 나라의 기밀이나 유출시키고 말이다. 한심하다. 

<위가 맑아야 아래가 맑다> 아주 기본적인  사회적 룰이 지켜지는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다.  

일본에서는 어떤 정치인이 이웃(재일교포)로 부터 받은 헌금(50만원 정도) 때문에 피선거권이 박탈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아주 장래가 촉망되는 정치인이었다고 하는데....  

가까운 일본은 그런 작은 일마저도 용납을 하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사회지도층에 대하여 너무너무 관대한 경향이 있다.  

두 가지 사례와 더불어 

옛날 이야기이지만 사회지도층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에 대해서 토론해 봄직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현빈이 말하던 <사회지도층> 이란 게 과연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봤음 좋겠다.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재력과 권력을 남용하여 아랫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지 않은가?  

자신의 재력이나 권력을 이용하여 사회의 약자들을 짓밟으려고 하는 자들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