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의 초록 책 사계절 중학년문고 20
질 페이턴 월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박형동 그림 / 사계절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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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만큼 상큼한 SF동화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실로 오랜만에 SF장르를 읽은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SF라는 느낌이 사라지지만 먼 미래, 지구가 멸망하여 우주선을 타고 4년을 여행한 끝에 행성에 도착한다는 설정이므로 확실히 SF 동화이긴 하다. 

유난히 추운 올겨울을 지내면서 확실히 지구가 많이 병들긴 했구나를 실감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도 이 책의 가족들처럼 바쁘게 짐 하나 달랑 꾸려 지구를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야한다면 무슨 물건을 가지고 떠날까 상상해 본다.

빨간 머리의 아이. 패티네도 우주선 탑승에 선택되어 간단한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패티 아빠는 세 자녀에게 책 한 권 가져갈 수 있는 것까지 허락한다. 각자 책 한권을 가방에 넣고 드디어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출발한다. 이들이 탄 우주선은 가난한 나라에서 뽑혀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는 여전히 차별을 받나 보다. 4년을 여행한 끝에 발견한 행성에 조심이 착륙. 가장 어린 나이에 속하는 패티가 이 행성의 이름을 <샤인>이라고 짓는다. 행성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유리처럼 빛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이 곳에서 정착할 준비를 한다. 나무를 베어 각자의 집을 만들고, 수질을 검사하고, 지구에서 소중하게 가져온 씨앗을 뿌리고...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모험을 한다. 어른들의 조심스러움에 비해 아이들은 거칠 것이 없다. 그런 아이들 덕분에 여러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알아 낸다. 사탕 나무도 발견하여 그 액을 받아 열량을 보충하고, 초록빛을 내는 해파리를 이용하여 등불을 만들고, 국자처럼 움푹 파인 곳에 널려 있던 자갈들이 바로 인간나방이었다는 것들 말이다. 아이들과 인간 나방이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은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이는 낙원처럼 묘사된다. 어느 날 어린이들의 친구가 된 나방들이 이상하리 마치 고요한 연극 한 편을 하더니, 짝짓기를 하고, 다음 날 모두 죽은 채로 발견되는 모습은 끔찍하다. 인간 나방들이 남긴 알 (자갈처럼 생겼던 것이 바로 알이었다. )을 보면서 어른들과 아이들은 이것들이 나방이 되기까지는 아마도 오랜 세월이 흘러야 될 것임을 짐작할 뿐이다. 한편 땅에 뿌린 밀의 씨앗은 무럭무럭 잘 자라긴 하지만, 지구에서 볼 수 있었던 불투명 초록잎이 아니라 투명하며 여전히 밀알은 유리처럼 반짝거리는 육각형이었다. 어른들은 이 밀을 먹는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점점 지구에서 가져 온 식량도 떨어져 가는데 말이다.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패티, 조 , 세라는 육각형 밀을 갈아 물로 반죽을 하여 팬 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아빠는 이 아이들이 탈이 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유리처럼 생겼던 밀이 뱃속에 들어가 몸에 상처를 낼까봐 말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나까지 조마조마해진다. 

겉표지에 나온 장면은 패티가 지구를 떠날 때 챙긴 바로 초록 책이다. 초록색 비단 표지에 금박 무늬가 수 놓아진 책이다. 행성에 도착한 아이들은 놀거리가(게임, TV, 컴퓨터 등등)가 없기에 자연스레 자신들이 가져 온 책을 저녁마다 읽는다. 그러다 서로 바꿔 읽기 시작하는데 패티가 가져 온 책은 글쎄 아무 것도 씌여진 게 없는 빈 노트였다. 빈 노트를 가져 온 패티를 나무라는 언니와 오빠. 자신이 책을  골라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아빠.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다. 패티가 가져 온 이 초록책은 마지막에 큰 역할을 한다.  패티의 초록 책의 비밀이 마지막에 밝혀질 때까지는 나도  이 책의 제목이 왜 <패티의 초록 책>인지 눈치채지 못했다.

생각 거리를 많이 던져 주는 진지한 책이다. 패티 아빠가 행성에 도착하여 하는 말 중에 지구에서 한낱 수리공에 불과했던 자신이지만 이 곳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쓸모 있고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행성에 정착한 이후로 패티 아빠가 벌이는 활약상은 대단하다. 집을 짓는 것부터 해서, 파종기를 만드는 것까지 아빠의 만드는 재주는 이 곳에서 빛을 발한다.  지구에서 무시 받던 직업이 이 곳에서는 판사, 검사, 의사 보다 더 필요하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또 하나 

모든 것에 두려워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거침없이 모험을 즐기며 문제를 해결한다. 이 작가가 전해주려는 메시지 또한 어린이들의 순수함과 모험심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패티의 초록책이 순수함의 결정판이다. 순수함의 결정판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읽어 보시길 추천한다.  

때로는 아이같은 순수함과 모험심으로 행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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