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토장이의 딸 - 하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아고라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사토장이의 딸 레베카가 사랑하게 된 남자 티그너
레베카는 자신을 위험-성폭행- 에서 구해준 티그너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한 번도 남자와 가까이 지내본 적 조차 없던 그녀가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은 정말 세상이 뒤집힐만한 사건이다. 하지만 티그너는 그렇게 좋은 남자가 아니었다. 좋은 아버지도 아니었다. 의처증이 있는 티그너는 점점 아내를 구타하기 시작하고,티그너의 폭력을 감당하지 못한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그로부터 도망친다. 티그너가 아내를 구타하자 엄마를 구하러 나온 세살 난 아들을 내던지는 장면은 폭력 앞에서는 부자지간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보여 준다. 마치 나쁜 악령에 씌운 사람처럼 그렇게 아내와 아들을 구타하는 티그너의 모습은 끔찍하기 그지 없다.
죽음으로부터 탈출한 레베카와 그의 아들은 그때부터 티그너로부터 도망다닌다. 레베타는 아들이 겁을 먹지 않도록 이 도망을 <옮겨 다니기 게임>이라고 한다. 버스표를 살 때도 일부러 성인표 2장을 사는 치밀함을 보이는 레베카.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아버지로부터 보호해 주지 못했지만 그녀는 다르다. 아들을 아버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녀는 모든 걸 할 만큼 강하다. 그들은 먼저 이름부터 바꾸고 철저히 외부 사람과의 접촉을 금하면서 그렇게 생활한다.
남편이 언제 이들을 발견할까 하는 두려움으로 긴장하며 읽었다. 남편과 벌이는 레베카의 게임은 목숨을 건 게임이기에 무섭기 마저 하다.레베카가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아들은 그녀의 어머니를 닮았는지 절대음감을 가졌다. 우연히 피아노를 보더니 자신이 듣던 곡을 그대로 피아노로 치는 걸 보고 레베카에겐 삶의 목표가 생긴다. 자신의 어머니와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들었던 것이 바로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였었다. 아들이 그 곡을 치는 것이 바로 그녀의 삶의 유일한 목표다.그녀는 천재성을 자진 아들을 피아니스트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그런 모자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사람이 재즈 피아니스트 쳇 겔러허이다. 부유하지만 부유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쳇은 모자를 사랑한다. 쳇이 자신을 사랑하는 걸 잘 알면서도 티그너의 경험 때문에 섣불리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내어 주지 않는 레베카. 둘의 심리 또한 하권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점점 천재적 피아니스트가 되어 가는 레베카의 아들 잭의 피아노에 대한 열망과 그에 따른 불안감이 잘 나타나 있다.
상하권 합쳐서 950쪽이 넘는다. 그런데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마구 읽히는 걸로 봐서 조이스는 진정한 이야기꾼이다. 읽는 내내 또다른 폭력이 그들을 덮치지는 않을까 조바심을 가지게 된다. 잭이 과연 레베카의 소망대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레베카가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터인데(아버지로부터, 남편으로부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신분은 언제쯤 탄로가 날까? 이런 궁금증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어려서는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치느라 불안하고, 잭이 피아노를 치면서부터 과연 이 아이가 성공할까 두려워하는 그녀를 보면서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부모가 그렇게 끔찍하게 죽었을 때도, 남편이 자신을 죽일 듯이 때렸을 때도, 그렇게 모든 걸 바쳤던 잭이 어머니를 자신의 인생에서 내치려 할 때도 어머니는 쉽사리 울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오뚜기처럼 일어난다.
하권이 상권보다 점수가 낮은 이유는 반전이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어서이다. 덧붙여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탈줄한 두 오빠 허셀과 거스의 이야기도 좀 아쉽지 않나 싶다. 거스는 한 번 그녀와 마주치긴 했지만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해 보인다. 철저히 레베카에 맞춰져 이야기가 진행된 탓이리라. 책 제목이 <사토장이의 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