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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하나면 되겠니? ㅣ 신나는 책읽기 26
배유안 지음, 남주현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평점 :
거의 3주만에 날씨가 조금 풀린 듯하여 온가족이 나들이를 하였다. 코스는 중국요리집에서 중국 음식을 먹고, 그 다음 구립도서관을 가는 거였다. 도서관에 간 김에 여러 권의 책을 빌려 왔다. 그 중의 한 권이 바로 배유안 작가의 최신작 < 콩 하나면 되겠니? >이다.
배유안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초정리 편지>인데 아직 읽어 보지 못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꼭 읽을 것이다. 여러 다른 샘들이 배유안 작가 칭찬을 많이 하셔서 어떤 분인지 작품 스타일이 어떤지 궁금해서 이 책을 골라 오게 되었다. 특히 이 분은 다작을 하지 않으시는 편이라서 매니아들은 손꼽아 작품을 기다린다고 하신다. 이런 말씀을 들으니 당연히 작가가 궁금해질수 밖에...
처음엔 작가님이 남자인 줄 알았다. 왠지 역사물은 남자들이 많이 쓸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서인가 보다. 사대를 나오셔서 교사 생활을 많이 하신 여교사 출신의 작가님이셨다. 요즘 들어 작가 약력을 보면 현직 교사들이 굉장히 많다. 아무래도 현장에 있다 보니 아이들의 눈높이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학교만 해도 작가가 2명이나 있으니 교사 출신 작가들이 늘어가는 추세가 맞긴 맞나 보다. 다른 쪽에서 보면 아마 작가라는 직업으로만은 돈벌이가 잘 안 되기 때문에 2가지 직업을 하는 거라고도 할 수 있다. 노경실 작가님 말씀이 작가들은 two job 이 거의 대세라고 하신다.
이 책은 배유안 작가가 저학년 대상으로 쓴 동화책이라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은이라는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는 맷돌을 갈아 손두부를 만들어 판다. 은이는 할머니를 도와 맷돌 돌리는 걸 도와 드린다. 가끔 은이 옷에 콩깍지가 붙어 있어 친구들은 콩깍지 공주라고 부른다. 그 날도 할머니를 도와 맷돌을 돌리고 있는데 개미 2마리가 나타난다. 할머니는 항상 개미를 보시면 <콩 하나면 되겠니? > < 콩 둘이면 되겠니?> 하시며 콩을 던져 주신다. 개미는 할머니가 던져 주신 콩을 받아 들고 영차영차 자기 집을 향하여 간다. 그런데 할머니 다리를 지네가 물어 버렸다. 할머니는 침을 지네에게 뱉었다. 침 맞은 지네는 꼼짝 못 한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 날 부터 할머니는 시름시름 아프시기 시작한다. 어쩐 일일까? 할머니가 손두부를 못 만들자 은이네는 돈이 없어 먹을 것을 살 수가 없다. 콩 자루엔 콩도 없다. 할머니 걱정, 먹거리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개미 2 마리가 다시 나타난다. 혹시 콩을 얻을까 해서였겠지. 은이는 콩 자루를 뒤져 2알 남은 콩을 개미에게 던져 준다. 개미가 어디로 갈까 궁금한 은이는 개미들이 사라진 구멍을 향해 쫓아가본다. 마치 앨리스처럼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개미 나라가 보인다. 거기서부터 개미와 은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할머니의 기운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는 발이 30여개도 넘개 달린 지네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은이와 개미는 어떻게 지네를 물리칠 수 있을까?
가난한 할머니는 평소에 개미들에게 온정을 베푼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항상 콩을 던져 주시던 할머니를 은이는 봤던 것이다. 그래서 먹을 것이 없던 때에도 개미를 향해 콩알을 던져 줄 수 있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란 말처럼 어른들이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를 아이들은 그대로 보고 배운다. 할머니와 손녀 단 둘이 살고 있는 걸로 봐서 넉넉지 않은 가정임을 알 수 있다. 사정이 넉넉지 않음에도 할머니는 미물에게도 자신의 것을 나눠 주신다. 콩 하나 던져 줄 수 있는 사람은 더 큰 것도 이웃에게 나눠 줄 수 있다. 하지만 콩 하나도 던져 주지 못하는 사람은 더 큰 것은 당연히 못 준다. 무상급식도 해 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더 큰 복지를 빈민층에게 해 줄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오늘 신문에 보니 성남시장은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해서 무상교복까지 확대할 거라고 발표하였다. 무상급식은 최소한의 것이다. 그걸 못하면서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것은 기만이다. 은이와 개미의 이야기를 보면서 구제역으로 인해 무참히 살상된 가축들도 생각난다. 어쩔 수 없어 그랬다고 하지만 좀 더 기민하게 조치를 취하였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터인데... 살상 현장에 나간 사람들은 트라우마까지 생기고 유산한 사람도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축도, 사람에게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절절히 든다.
콩 하나도 나눌 수 있는 기쁨이 크다는 걸 보여 주는 좋은 동화책이다. 99개 가진 사람이 1개 가진 사람으로부터 1개마저 빼았아 100개를 채우려 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 주는 마음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연초 전직 대통령께서 자신의 재산을 전원 환원하시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분들이 많이 나와 주였으면 한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해서 나라의 국민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본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