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철수다 청소년오딧세이
노경실 지음, 김영곤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노경실 작가와의 만남에서 선물로 받은 책이다. 집에 오는 지하철 안에서 다 읽었다. 그만큼 재미있다. 남자판 <열네 살이 어때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녀를 안 키워 보신 분이 어떻게 이렇게 중딩의 고민을 잘 앍고 계실까?  작품을 쓰실 때 어린이들, 청소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하시더니 그런 면에서 100%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 학생의 마음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는 책이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한창 꿈이 많고 도전적이고 의욕적이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할 나이.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철수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옆집 사는 범생이 박준태라는 아이에게 항상 비교당하면서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살아가고 있다.  

철수가 겪고 있는 상황이 바로 우리 나라 학생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시험, 성적, 비교 이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 나라의 학생들. 공부 잘하는 아이는 그 동네의 스타가 되고 덩달아 그 아이의 엄마 또한 일등 엄마가 되는 세상임을 작가는 잘 꼬집고 있다.심지어 그건 책을 다루는 출판사에 다니는 엄마라도 마찬가지이다. 여느 엄마와 똑같이 다른 아이와 비교 하는 철수의 엄마의 모습이 바로 우리 나라 엄마들의 보통 모습이다. 침팬지와 평생을 함께 한 <제인 구달 평전>을 편집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아들에게는 아들의 꿈-미술-보다는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다니는 게 최고라고 말하는 엄마의 위선을 발견한다. 엄마의 외침 <성모 마리아도 천사도 자식 문제 앞에서는 다 똑같을 거야>은 자식 문제 앞에서는- 특히 공부-이성을 잊어버리는 부모를 합리화시킨다.  학부모 두 명만 모이면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가끔 놀이터에 수퍼남매를 데리고 나가면 이런 모습을 종종 본다. 말이 좋아 자녀 교육이지 다 어느 학원 보내야 하느냐 언제부터 선행을 해야 하느냐 등의 이야기들 뿐이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서로 아이들을 비교하기 시작하고 못하는 쪽 부모는 속이 뒤집어지고, 결국 집에 와서 아이를 쥐 잡듯이 잡을 수 밖에 없다. 철수 엄마처럼 말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느냐 어떤 사람이냐는 중요한 게 아니고 일등 엄마가 되는 게 최고의 자랑거리인 엄마이다. 일등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일등 하는 자식이 필요한데 도대체 공부가 안 따라와 주니... 그래서 일등 자녀를 만들기 위해 과외를 시키고, 학원 등록을 시키고, 시험 기간에는 온갖 비위를 다 맞추지만, 정작 시험 결과가 나오면 중죄인 다루듯이 아이를 윽박지른다. 그런 엄마 앞에서 대역죄인처럼 <잘못했습니다. 다음 번엔 더 노력하겠습니다>를 주문처럼 외우는 철수의 모습은 눈물겹다. 일등을 하지 못해서 일등 엄마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처량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떤 아이가 일등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어떤 아이가 일등엄마를 만들어 주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저마다 타고난 자질이 다른데 누구다 똑같이 공부로서 승부를 내라고 한다. 그러니 철수처럼 미술을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는 결코 공부로 일등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맨날 엄마에게 비교 당하고 구박 당하면서 죄인처럼 살아간다.  

결국 어딜 가나 1등은 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수는 단 한 명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 사법시험 합격자들만 모아놓은 연수원에서도 일등과 꼴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1,2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마치 낙오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우리 부모들과 교사, 그리고 사회의 삐뚤어진 시선은 우리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학생 생활을 거쳐 본 어른들은 다 알 거다. 성적순이 행복순 아니라는 걸. 그리고 공부 잘했던 친구가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또한 어른들은 살아봐서 안다.  오히려 그 반대였던 친구들이 자수성가하고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부모가 되고 나면 아까 엄마의 말처럼 이성이 마비되어 오로지 공부로만 자녀가 성공하길 빈다.   

철수와 철수 엄마의 모습은 바로 지금 대한 민국에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이다. 그나마 철수는 부모님께 항변도 하고 <I am I> <나는 나다><철수는 철수다>라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존엄성을 외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채로 부모님이 강요하는 대로 살아가는 아이들 또한 부지기수이다. 마치 박준태 처럼 말이다.  항변이라도 하는 철수보다 준태처럼 말없이 순종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팡 하고 터지면 더 무섭다는 걸 우리는 안다.

언젠가 있었던 공부 잘하고 부모님께 순종하던 어느 여학생이 베란다에서 떨어지면서 엄마에게 했던 말<이제 됐어?> 라는 말은 공부만 잘하라고 외치는 우리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준다. 지금 부모의 말대로 학교와 학원 왔다갔다 하면서 부모의 말씀대로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다고 해서 아이들의 정신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 여학생처럼 말이다. 며칠 전 있었던 카이스트 대학생의 자살 또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그 학생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 던질 수 밖에 없게 만든 것 또한 공부에 대한 부담이었다. 도저히 영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과 소위 잘나가는 고등학교 출신의 친구들을 비교하면서 느꼈을 좌절감이 결국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아이들 스스로도 시험 결과를 보고,다른 친구와의 비교를 통해 충분히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부모가 옆에서 그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 주면 그들은 어디로 갈 데가 없어진다. 철수의 친구 병국이 엄마처럼 한 번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나온 사람들은 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즐거워 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임을 안다.  

 엊그제 신문에서 봤는데 강남 초등학생들이 학원 가방이 너무 무거워(20KG) 캐리어로 밀고 다니는 장면이 실렸다. 학교 다닐 때 보다 더 바쁘게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물론 새학년 선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또 신년 초에는 3남매를 기르는 학부모의 기사가 실렸었다. 삼남매를 사교육 없이 (영어 포함) 자기들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는 분식집 부부의 교육 방법이 나왔다. 큰 아이는 중3인데도 아직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이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이다. 삼남매는 방학이라 책을 읽으면서 서로 나누고 부족한 공부 서로 도와주고 그렇게 옹기종기 사이좋게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상반된 방학을 보내고 있는 두 가정의 아이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과연 누가 행복한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는가?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자기의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 말대로 자기의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들이 되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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