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많이 자라 

둘 다 데리고 미장원에 가려고 나왔는데 

눈이 소오복히 내리고 있었다. 

눈이 오니 그냥 지나갈 수 없지. 

얼른 카메라를 가져와 추억을 남겼다. 

지난 번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은 곳이 많은데 

거기에 또 이불 하나를 덧입혀 주고 있다.  

 

 

지난 번 눈이 많이 왔을 때 딸이랑 함께 만든 눈사람이다. 

만들고 나서 잘 놔두고 왔는데 10분도 안 되어 누군가 쓰러뜨렸다면서 

딸이 엄청 분개했다.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정성껏 만든 눈사람을 쓰러뜨리는 나쁜 인간은 도대체 뉘야? 

제발 그런 일 좀 안했으면 한다.  

어차피 해가 떠오르면 스스로 녹을 눈사람인데 왜 굳이 발로 차서 쓰러뜨려야 하는지...  

 

 

 

이렇게 눈에 누울 수 있을 때가 참 좋은 것 같다. 

난 이제 이 아이들처럼 눈밭에 누울만한 동심이 없나 보다. 

당장 옷이 젖을 것을 염려하니 말이다. 

눈은 아이들에게 생동하는 장난감이 되어 주니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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