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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라 그리고 로사 그리고... ㅣ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9
벌리 도허티 지음, 고수미 옮김 / 대교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멀베이니 가족>도 그렇고 우연히 가족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책들이 내게로 와서 두 책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멀베이니 가족>은 원래부터 혈연으로 묶어진 가족이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뿔뿔이 흩어진 이야기이고. <아벨라 그리고 로사 그리고>는 가족이 아닌 아벨라와 로사가 하나의 가족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잔잔하게 쓴 책이다.
둘 다 가족을 소재로 삼았지만 하나는 가족의 상처를 보듬지 못하여 남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고 이 책은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아벨라와 로사가 피로 맺어진 가족보다 더 진한 우애를 나누는 가족으로 되어 가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가족이길 원하는가? 난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어떤 가족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아벨라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살고 있는 아홉 살 여자 어린이로서 엄마와 어린 동생과 함께 힘들지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엄마가 시름시름 앓고 그 엄마를 부축하여 뜨거운 태양 아래 며칠을 걸어서 병원에 데려 간다. 하지만 병원에는 의사도 약도 없다. 엄마는 그 곳에서 열에 들떠 그만 숨을 거둔다. 그리고 다시 엄마와 걸었던 그 길을 되돌아 온다. 다시 돌아온 할머니 집. 토마스 삼촌은 영국에 되돌아 가기 위해 자신을 이용하여 위장 결혼과 여권 위조를 한다. 우여 곡절 끝에 영국으로 오게 된 아벨라. 하지만 삼촌과 위장 결혼을 한 수지는 자신을 아예 집 밖으로 못 나가도록 집 안에다 가둔다. 그러던 중 마침내 혼자 거리를 나온 아벨라는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학교에 들어간다. 덕분에 아벨라가 위조된 여권으로 영국으로 오게 된 사실과 그동안 수지가 아벨라에게 해 온 일들이 발각 된다. 아벨라는 사회복지사를 통해 수양 부모님께 보내지고...자신을 가족으로 받아 줄 그 누군가를 기다리게 된다.
로사는 영국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13세 발랄한 소녀이다. 엄마와 함께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데 엄마는 탄자니아 여자 어린이를 입양하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고 질투도 났지만 엄마와 아빠가 사랑했던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로사 또한 동생을 맞이 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여자 동생이 아니라 4세인 남동생이 오게 된다. 하지만 엄마와 로사는 그 남자 아이를 좋아했다. 그렇게 가족이 되어 갈 무렵 남자 아이 아빠가 다시 나타나 도로 데려가 버리고 모녀는 크나큰 상처를 입게 된다. 그렇게 여동생이 생긴다는 것을 포기할 즈음 엄마가 다시 입양을 결심하게 되고 드디어 모녀가 바라던 탄자니아 출신의 여자 아이가 로사의 집에 오게 된다.
그렇게 아벨라와 로사는 자매가 되었다.
아벨라와 로사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던 그들이 만나기까지 그리고 한 가족이 되기까지의 각자의 삶을 한 챕터씩 교대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벨라가 그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할머니를 잃고, 동생을 잃고, 나라를 잃고, 삼촌에게 이용당하고, 수지에게 구박 당하는 이야기를 보여 주며 아직도 지구 곳곳에는 아벨라 같은 아이들이 많이 있음을 잊지 않도록 만든다. 아벨라의 나라 탄자니아. 병원만 있을 뿐 병원에 의사도 없고 제대로 된 약도 없어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 그 실태를 보여 줌으로써 우리의 평안함만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로사의 이야기를 통해 입양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으로서 한 영혼을 구원하는 멋진 가족의 모습을 보여 준다. 특히 로사의 엄마. 탄자니아 출신의 아빠를 만나 사랑하고 로사를 낳고 키우기까지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언제나 그 자신 사랑이 넘쳐나 로사의 동생을 만들어 주려는 그 엄마를 보고 있자니 테레사 수녀가 살아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로사는 또 어떤가? 영국이라는 사회 또한 백인 우월주의가 강할터인데, 남과는 다른 자신의 피부색으로 여러 가지 차별도 받았을 것이고 아빠의 부재로 받았을 상처도 컸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씩씩한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다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모녀를 두고 고국으로 돌아간 아빠에게 원망을 품기 보다 오히려 이해를 하는 대범함마저. 입양을 선택한 것도 자신의 뿌리인 탄자니아와 아빠에 대한 그리움에 따른 나름의 보답이었다. 그러한 로사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벨라와 로사가 가족으로 맺어지기까지 그들을 도와 줬던 사회복지사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입양이란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하고, 이를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미 한 번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기에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그들의 모습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우리 나라는 현재까지도 입양에 대한 관심이 많이 부족하다. 사람들의 인식도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져 있다. 미국은 유명한 영화배우 부부가 여러 명을 입양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하여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입양보다는 좀 더 쉽게 다가오는 다문화 가정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우리 나라는 입양보다는 다문화 가정이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해 들은 바론 그들에 대한 복지 정책들이 별로 없다고 들었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탄자니아 어린이인 아벨라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 나라도 그런 수준의 복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한글도 따로 가르쳐야 하고, 학교나 직장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