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베이니 가족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민승남 옮김 / 창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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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3쪽 짜리 단행본 책을 읽은 것 처음이다. 그래서 내 자신 스스로가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재미 없었으면 분명 중간에 포기했으련만 흡인력 있는 이야기 전개와 멀베이니 가족 전반에 걸친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어 읽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멀베이니이라는 미국 중산층 가정에 불어닥친 뜻하지 않는 시련으로 인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단순히 혈연으로만 이뤄진 것이 가족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그 아픔을 함께 위로해 주고 더 나아가 함께 치유해 줄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가족이 아닐까 싶다. 

지붕회사를 하고 있는 멀베이니에게는 자신을 너무 쏙 빼닮은 풋볼 선수 큰아들 마이크, 천재 아들 패트릭,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딸 매리언, 귀염둥이 막내 저드, 그리고 언제나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아내 코린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강간이라는 입에 담기도 싫은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각자 흩어져 살아간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혼자 14년을 가족과 떨어져 유배되어 생활하는 매리언을 비롯해서 그녀를 너무 사랑했기에 그 사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사는 아버지, 그리고 딸 대신에 남편을 택한 어머니 코린, 그리고 누이가 그렇게 유린당한 것에 분노하지도 속시원히 복수를 해 보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살아가는 남자 형제들... 그들은 그렇게 멀베이니를 포기한 채 겉으로만 가족으로 묶여 있을 뿐 진정한 가족이기를 포기한 채 살아간다.

그들은 그렇게 14년을 지낸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행복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드디어 가족의 부름을 받고 달려 온 매리언. 

아버지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딸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용서도 구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다시 몇 년이 지나 가족은 다시 재회를 한다. 예전과는 전혀 딴판인 패트릭도 그 자리에 모인다. 멀베이니로 다시 뭉친 그들. 그들이 잃어버린 십 수년은 어느 누구에게 보상 받을까?  특히 누더기 퀼트 인생처럼 살아 온 매리언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녀가 당한 고통 하나 만으로도 힘든데 가족에게 버림 받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야 했던 시간들.  

자신의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던 아버지로 인해 나머지 가족이 받아해 했던 고통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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