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미사일 동심원 16
김영 지음, 눈감고그리다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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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들 덕분에 시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어제도 교회에서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여러 편의 시를 읽어주셨는데 

딱딱한 설교 시간에 시를 듣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무장해제 되어 있음을 느낀다. 

설교 시간에 시를 읽어 주는 목사님이 계시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아이스크림, 떡볶이, 자장면이 싫어지면 늙었다는 증거라는데 

난 아직도 아이스크림을 빼곤 두 가지를 모두 좋아하니 아직 젊다는 증거겠지?  호호호

제목부터<떡볶이 미사일>이라니 정말 궁금증을 자아낸다. 

떡꼬치는 들어 봤어도 미사일이라니? 표지 그림도 떡볶이가 미사일처럼 우뚝 솟아있다. 

표지만 봐도 왠지 재미 있는 시가 들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읽다 보니 첫 부분에는 재미를 주지만 뒷 부분에 가면 생각 거리를 던져 주는 시다. 

  

<떡볶이 미사일> 

-중략 -

전쟁놀이 하는 어른들에게 

떡볶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우와, 생각만 해도 신이 나요. 

 

피융- 매운 맛 나가신다. 

피융-피융- 달콤한 맛 받아라. 

떡볶이 맛에 빠져 

전쟁놀이는 잊어버릴걸요. 

 

제발 그랬으면 하는 바램을 나 또한 가져 본다. 

오늘도 남한은 연평도에서 사격 훈련을 한다고 하고 

북한은 엄포를 놓고 있는데 이런 긴장감을 주는 전쟁 놀이는 달콤, 매콤한 떡볶이 미사일에 

날아가 버렸음 좋겠다. 

  

<받아쓰기 나빠요> 

받아쓰기 나빠요 

맛있는 떡볶이로 시험 문제를 만들다니. 

 

나 역시 떡볶이 인지 떡볶기인지 헷갈린다.  그러니 어린이들은 오죽하랴. 

매번 변하는 맞춤법에 어른도 헷갈린다. 

  

<옆집 아이> 

나보다 키가 크고 

나보다 특공 무술 품새도 높고 

나보다 그림도 잘 그리고 

나보다 공부도 잘한다는 옆집 아이. 

-중략 -

내가 엄마 아들인데 

엄마는 옆집 아이에게 더 관심이 많다.

 

언제간부터 우리들이 자주 쓰는 말 엄친아, 엄친녀  

비교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 비교가 가장 상처 주는 일인 줄 알면서도 

형제끼리 비교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고 ... 

어제 목사님이 읽어 주신 이해인 수녀님의 <작은 기쁨>이라는 시처럼 

작은 기쁨과 친해져야 하는데 말이다.  매일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비교로 

상처 주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것 같다. 

비슷한 맥락의 시로  이 시를 소개한다.

<울 아빠 자랑거리> 

 공부 좀 못하면 어떠니 

건강하면 제일이지 

 

달리기 꼴찌 하면 어떠니 

끝까지 달려 보는 거지 

 

뚱뚱하면 어떠니 

아픈 데 없으면 되는 거지 

 

노래 좀 못하면 어떠니 

신나게 춤출 수 있으면 되는 거지 

생략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노력해야지. 

수퍼남매도 그렇고, 내 반 아이들도 그렇고...  

이게 바로 작은 기쁨인 것이지. 

 

<얼굴> 

-중략 -

뜨거운 햇볕에 

상추 잎이 축축 늘어지고 

까 놓은 완두콩을 

비둘기가 집어 먹는 줄도 모르고 

알토란 같은 

낮잠을 주무신다. 

생략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곤 한다. 노령에 자식들 효도 받고 사셔야 할 터인데 

뜨거운 햇볕에, 강한 한파에도 길거리에 나오셔서 생업을 하시는 경우를 종종 본다. 

참 마음이 아프다. 차를 타고 출근하다 보면 한 수레 가득 폐휴지를 담아 힘들게 끌고 가시는 

분들을 보곤 하는데 정말 가슴이 아리다.  이런 분들을 위한 정책이 빨리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 시와 같은 맥락으로 다음 시를 소개한다.

<돌 먹는 아이> 

-중략 -

배불리 먹다 

남겨 두었던 피자 

맛있는 햄, 새우만 빼 먹고 

막 버리려다 

 

돌 먹는 아프리카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배만 볼록 튀어나온 

아기 공룡화석 같은 

앙상한 팔다리와 

유난히 크고 검은 눈동자가 

텔레비전 속에서 

먼지와 돌을 입에 넣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내 목에 딱딱한 돌멩이가 걸렸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에게 가졌던 측은지심으로 한글이 만들어졌다. 나이 먹으면서 이 측은지심이 세상살이에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한다.  측은지심 즉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바로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것 같다. 피자를 먹기 싫어 버리려 하다가도 돌멩이를 먹는 아이를 보고 불쌍하여 끝까지 먹을 수 있는 그 마음. 더 나아가 그들을 위하여 뭔가 도우려 하는 마음과 작은 실천들. 측은지심이야말로 이 세상을 환하게 비춰줄 수 있는 유일한 등불인 것 같다. 예수님이 측은지심으로 이 세상에 오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권정생 할아버지가 측은지심으로 평생을 허름한 집에서 쥐와 친구하며 지내신 것처럼 말이다. 

내가, 우리 수퍼남매가,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이런 측은지심을 지닌 사람이 되길 바란다. 바로 이 시를 끝으로 소개한다. 

<흔적 남기기>  

중략  

결석한 친구 찾아가 

알림장 보여 주기 

 

준비물 하나 더 가져가 

잊고 온 친구 챙기기 

모둠 숙제 힘든 것 맡기 

 

선생님 마음에 

친구들 마음에 

오래오래 스며들기 

이런 흔적들을 남기는 자들이 되었으면 한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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