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이야기는 그 만남부터가 설레이게 만든다. 일곱 작가의 일곱 가지 맛이 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신선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써내려간 이야기들은 보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 맛을 골라 먹는 재미를 선사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도서관 길고양이]였다.  역시 책 제목으로 선택될 만큼 구성면에서 탁월하였다.

1. 도서관 길고양이

    길고양이가 뭘까 궁금해하며 책을 읽어 보니 우리가 예전에 부르던 도둑고양이를 요즘에는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훨씬 순화된 느낌이다.  이 작품은 앞에도 썼지만 구성면에서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리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반전까지 준비되어 있어 보는 내내 나도 다미처럼 길고양이의 안부가 궁금해지며 길고양이를 만나게 될 설레임에 두근거리게 된다. 

   또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작가의 독서의 목적에 대한 생각이 나와 같아서이다.

   다미라는 아이는 책은 싫어하지만 노숙자에게 우유를 주기도 하고, 길고양이에게 주려고 음식을 몰래 놔둘 줄도 아는 그런 배려심이 있는 아이이다. 반면 책을 좋아하고 책과 더불어 사는 엄마는 고양이도 무섭고, 강아지도 무섭고, 노숙자도 무섭다고 한다. 노숙자에게 우유를 주고 온 다미가 칭찬을 받으려고 그 사실을 말하자 오히려 야단치는 부분은 엄마의 이중성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보통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배려심이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반대로 표현되곤 하는데 이 작품에선 오히려 다미가 더 배려심이 있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다. 여기서 작가가 일부러 캐릭터 설정을 그렇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왜 다미가 싫어하는 책을 그토록 읽히려고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다른 사람을 도와 주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독서를 하면 지식이 풍부해지고.사고력과 어휘력이 늘고. 논술을 잘할 수 있고... 등등의 이유였을 듯 하다. 하지만 결말에 가서 다미가  그렇게도 거들떠 보지 않던 책을 스스로 들고 나오는 그런 이유들이 아니라 바로 노숙자 아저씨를 도와 주기 위해서였다.  다미가 자신을 위해서 책을 꺼낸 것이 아니라 노숙자 아저씨를 위해서 책을 껴냈다는 것이 깊이 와 닿았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독서가 자신만을 위한 걸로만 그친다면 진정한 독서가 아니라고 본다. 나를 넘어서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실천과 행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게 독서의 목표가 아닐까? 나 혼자 똑똑해지고 나 혼자 행복하고 나 혼자 즐거운 걸로 끝난다면 참된 독서의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이 다미를 통해서 독서의 목적지가 타인에 대한 배려까지 갈 수 있어야 됨을 보여주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2.겨드랑이 속 날개 

  반항기 가득한 최욱삼을 녹여 낸 것은 호된 회초리가 아니라 분교 어린이들과 선생님의 순수한 마음이었다. 2학년 동생의 < 형. 이마에 애벌레가 구겨졌어> 라는 말은 참 기발하다. 그런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무장해제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결국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포근하게 감싸주는 햇살임을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었다.  

  특히 선생님의 시 수업은 욱삼이를 비롯한 어린이들에게 감성을 길러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업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어른이 나도 시를 읽으면 어느덧 나도 모르게 순수한 마음으로 되돌아가는데 어린이들이야 오죽하랴... 선생님의 말씀 중 마음에 와 닿는 한 마디 < 시는 이렇게 당연한 걸 노래하는데 우리 마음에 때가 너무 많이 묻어서 시시하게 보이고 이상하게 보이는 거야>라는 말은 정곡을 찔러 준다.

  3. 일곱 발, 열아홉 발

  [도서관 길고양이]다음으로 좋았던 작품이다. 현실을 풍자하고 있어서 말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쓰레기장을 어디에 놔두냐를 놓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쓴 이야기이다. 그 속에서 우린 집단 이기주의 무서운 모습을 본다. 어디 쓰레기장 뿐이겠는가? 임대 아파트가 들어 오면 집값이 떨어지니 안 된다. 장애인 학교를 근처에 세우면 안 된다.   우리는 심심찮게 언론을 통해 집단 이기주의의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지연이의 말처럼 어린이들에게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 하면서 어른들끼리 서로 이기심으로 싸우는 모습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집단 이기주의는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4.대장이 되고 싶어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우리 딸과 아들이 생각났다. 놀이를 하면 누나는 항상 대장, 남동생은 항상 부하이다.옆에서 지켜 보면 동생이 좀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심지어 간식을 먹을 때도 하나가 남으면 절대 집어 들지 않는 아들이다. 그 하나는 당연히 누나 몫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렇게 군기가 팍 들어 있는 상태인데 어쩌다 수틀리면 자기는 왜 맨날 부하만 하냐고 누나가 아닌 부모에게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하지만 언젠가는 하극상이 시작되겠지. 

 이 작품은 어른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아이들에게는 대단한 놀이가 될 수 있고 또 그 놀이를 아이들의 말로 정말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다. 제목처럼 나이가 어리더라도 동생으로 태더났더라도 누구나 대장을 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소망을 잘 보여 준다. 끝까지 대장을 하려고 하는 옆집 형아와 맞서서 '오빠가 대장'이라고 말해 주는 고마운 동생 지유를 보면서 역시 형제가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매번 놀다가도 5분도 안 되어 다투는 우리 집 남매를 보면서도 그래도 혼자 보단 둘이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이런 이유에서일 게다.

5.엘리베이터 괴물  

    이 작품은 엘리베이터 괴물의 공포에 휘싸여 있는 영민이의 심리 묘사가 좋았다. 영민이가 보여 주는 행동이 결코 평범해 보이진 않지만 아이들은 때론 상상력이 너무 풍부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아이에게 어른의 방법은 통하지 않을 터.. 역시나 절친인 준호가 영민이의 괴물 퇴치법을 알려 주는 부분은 코믹하지만 상상력은 역시 상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엘리베이터 괴물, 시험 괴물, 무대 공포증 괴물이 오거든 이렇게 주문을 외어 보렴.

<마시라, 구린똥말린똥물똥된똥! 괴물아, 달아나라! 똥가루 퍼붓기 전에 얍!>

 

  6. 슬픔을 대하는 자세

  갑자기 아빠를 잃어버린 가정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중의 한 명이 하늘 나라로 간다면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문득문득 추억들이 생각나 그 상처를 들춰낼 것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누나가 슬픔에 푹 잠겨 지낼 때 겨우 1학년인 정우는 오히려 엄마를 도와 주러 종이 봉지를 눌러 쓰고 쇼를 한다. 오히려 슬퍼하고 먼저 간 아빠를 원망하는 누나보다 이렇게 애어른처럼 행동하는 정우가 더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애는 애답게 커야 하는데 말이다...정우가 마치 소희-너도 하늘말나리야-처럼 느껴진다. 이웃들은 어쩌면 그렇게 야박한지... 조금 떠들었다고 와서는 하는 말이 < 하는 짓이 고와야 불쌍하게라도 여기지> 라니. 남의 아픔과 슬픔은 금방 잊는다. 잊더라도 적어도 상처를 후벼 파지는 말아야지.

 

7.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 

  친하게 지내던 옆집 아줌마가 어느 날 새엄마가 되어 갈등하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나오는 새엄마 미스 박 아줌마의 캐릭터는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 외톨이>의 마지막 작품 <한파주의 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좀 헷갈리기도 하지만 미스 박 아줌마 같은 새엄마라면 민주와 친딸과 엄마처럼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점점 재혼가정이 늘어나는 추세에  새엄마는 나쁜 사람이라는 공식 대신 새엄마는 좋은 사람 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우리 마음 속에 파고들기 바란다.

  미스 박 아줌마의 캐릭터에 조금 묻히긴 했지만 민주의 캐릭터 또한 생생하게 잘 그려졌다. 아이답게 미스 박 아줌마에게 직접 복수는 못하고 미스 박 아줌마의 개를 내쫓기 위해 고양이를 사서 골탕 먹이려는 잔머리는 귀엽기마저 하다. 

 

일곱 작품 모두 다른 소재와 다른 분위기로 쓰여져 있어서 일곱 가지 색다른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서평은 무지 쓰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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