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도둑 맞았어요 책 읽는 도서관 11
최은영 지음, 김창희 그림 / 문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 딸이 도서실에서 빌려 온 책인데 읽고 나서 " 엄마, 엄청 재미 있어. 착한 도둑이 나와. 도둑이 도둑질 하러 들어 왔다가 아이가 아픈 걸 알고 병원에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그 아이는 도둑한테 300만원을 주고......"  딸 아이의 말만 듣고서도 내용이 무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제목은 <엄마를 도둑 맞았어요>라니? 딸이 말한 내용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꼼꼼히 읽어 보기 시작하였다. 

민재라는 아이가 주인공인데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다른 친구들은 우산을 가져 온 엄마와 함께 정답게 우산을 쓰고 가는데 민재는 집에서 일하시는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가 우산을 가져온것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우산도 쓰지 않고 곧장 엄마가 일하시는 팔도유통 회사를 향해 간다. 하지만 비를 맞고 온 민재를 보면서도 엄마가 건넨 한 마디는 " 왜" 이다. 그렇다. 민재와 엄마 사이에는 대화가 없다. 재석이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가 얼마나 부런운지 민재 엄마는 알 턱이 없다. 비 쫄딱 맞고 온 아들을 일하는 주임 아저씨를 시켜 택시를 태워달라고 부탁만 한다. 그것이 너무 서운한 민재는 다시 비를 쫄딱 맞고 집에 돌아와 그 날밤 열이 펄펄 나게 앓는다. 단순히 감기가 걸려 앓는 것이 아니라 민재의 마음 또한 갈갈이 찢겨 나간 탓이리라.  

그렇게 앓아 누워 학교도 못가고 누워 있는데 현관문을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줌마가 안 계시고 도대체 누굴까? 혹시 도둑? 민재는 얼른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었다. 드디어 도둑이 들어왔는지 어쨌든지 별안간 발소리가 들리지 않아 쏘옥 고개를 내민 순간 도둑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그만 민재가 쓰러지는 바람에 도둑 아저씨는 민재를 업고 병원으로 이동한다. 자신이 집에 들어 온 이유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오직 이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업고 뛴다. 

엄마도 자신을 돌보지 않았는데 자기를 업고 뛰어 병원까지 데려다 준 도둑아저씨가 민재는 고맙다. 그래서 왜 자신의 집에 들어왔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아저씨의 아들이 아픈데 수술할 비용이 없어서 그만 나쁜 마음을 먹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민재는 자신의 집에 자신의 금고와 엄마의 금고가 있음을 생각해 내고 아저씨가 자신을 살려준 댓가로 엄마 금고에서 거금 300만워을 꺼내 아저씨에게 준다. 아저씨에게는 물론 엄마가 감사의 표시로 주는 거라고 착한 거짓말을 하고 말이다. 

착한 일을 한 민재는 기분이 훨훨 날아갈 듯 기쁘지만 그것도 잠시.  엄마가 금고에 돈이 없어진 걸 알게 되고, 자신을 그동안 잘 돌봐주시던 아주머니가 오해를 받아 쫓겨나는 상황이 된다. 친구 재석이는 꼬여만 가는 민재의  일을 듣더니 " 가족에게 대화가 필요해 우리 엄마가 그러셨어" 라고 충고해 준다.   민재는 엄마에게 자신의 진실을 털어 놓을 수 있을까? 엄마는 민재의 착한 거짓말과 행동을 용서해 주실까? 

그렇다. 민재는 재석이보다 훨씬 부유하고 분식집 떡볶이도 안 먹는 한 마디로 겉으로 보기에 왕자처럼 보이는 아이다. 하지만 민재는 재석이가 오히려 부럽다. 엄마와 스스럼 없이 대화하고, 비오는 날 직접 엄마가 우산 가져 오고, 엄마랑 싸웠다가도 문자나 편지로 풀어지는 그런 재석이가 부럽다. 민재네 집에는 민재를 위한 금고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도우미 아주머니도 계시고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지만 정말 있어야 할 것이 없다. 바로 부모의 빈 자리이다. 부모님은 <팔도유통>이라는 회사를 운영하시느라 늘 < 바쁘다>를 입에 달고 다니시면 민재와 두 마디도 나누지 않는다.  얼마 전 이스라엘 가정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 가정은 아버지가 중심이 되어 아이들과 놀아 주고 음식도 해 주고, 예배도 인도하는 거였다. 반면 우리 나라 가정은 저녁 시간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 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아버지들을 빨리 가정으로 돌려 보내 가족들이 저녁식사만큼이라도 함께 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민재처럼 엄마와 아빠를 도둑맞은 기분이 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가족 간의 대화가 끊어지면 청소년 탈선으로 이어지고 가족 간의 유대감도 줄어들게 되어 있다. 난 이스라엘 가정을 보면서 하루빨리 우리 나라도 아빠와 엄마를 빨리 가정으로 돌려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중요한 것 같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가족이다.  요즘은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아이들의 문제를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거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책 읽어 주고 함께 대화해야 할 시간들을 너무 쉽게 돈으로 해결하려는 거다. 장난감도 너무 많이 사주고, 유모차도 혀를 내두를 만큼 비싼 걸로, 아이들의 옷도 유명 브랜드로...돈으로 때우려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민재처럼 그런 것들이 엄마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함께 눈 맞춰 주고, 엄마의 목소리로 책 읽어 주고, 아빠가 몸으로 함께 놀아 주고, 온 가족이 함께 밥상머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결국은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것일 게다. 

민재의 부모님이 하루라도 빨리 이 진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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