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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문고판) - 초.중.고 국어 교과서에 작품 수록 ㅣ 네버엔딩스토리 21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평점 :
하필이면 윤동주 시집을 다른 동시집 <마중물 마중불>과 동시에 받게 되어 77편을 읽어 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처음에<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다 보니 너무 차분, 우울 모드로 가버려서 다음 동시집 < 마중물, 마중불>를 먼저 읽었다. 그랬더니 완전 너무 재미있었다. 두 동시집의 분위기가 너무 다른 바람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찬밥 신세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두고 두고 읽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는 그런 동시집이다. 윤 동 주 이름 석자만 들어도 왠지 마음이 착 가라앉는 기분이 드는 건 내가 알고 있는 시가 바로 대부분 우울한 시였기 때문이란 걸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다시 처음 부분을 읽어 보니 굉장히 밝고 명랑한 시들이 여러 편 있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시들은 윤동주 님의 일부분이었다. 또 얼마 전 알게 된 사실인데 윤형주라는 가수가 바로 윤동주 님의 조카라니...
신형건 시인의 말처럼 77편의 시가 모두 3부로 나뉘어져 있고, 앞부분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동시들, 중간 부분은 청소년이 읽으면 적합한 시들, 그 다음은 성인이 되면 충분이 이해할 만한 시들로 짜여져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평생을 옆에 두고 읽어돌 될 시집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1학년 어린이들과 요즘 동시를 공부하고 있는데 또 마침 윤동주 님의 <눈> 이란 시가 교과서에 실려 있어서 윤동주 님에 대해 잠깐 소개도 했었고 내일은 이 시집에 나온 다른 시들도 읽어 주려고 한다. 이 시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순진무구한 시를 지은 사람이 윤동주 님이라고? 신형건 님의 소개를 보니 윤동주 님이 남긴 시중에 1/3이 동시라고 한다. 몰랐었다. 어른을 대상으로 한 시만 쓴 줄 알았다. 새삼 새롭게 알게 되는 진실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윤동주님이 쓴 동시 위주로 쓰려고 한다.
< 눈>
지난 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 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국어 시간에 함께 외우면서 얼마나 좋아하던지..
외우고나서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서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생생하다.
아무래도 겨울이라서 그런지 겨울과 관련된 시가 땡긴다.
<겨울 >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래미
달랑달랑
얼어요
<호주머니 >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 눈>
눈이
새하얗게 와서
눈이
새물새물해요.
우리가 익히 알던 윤동주 님이 아닌 것 같지 않나? 이렇게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한 마음으로 쓴 동시도 있다는 걸 널리 알려야겠다. 법정 스님도 항상 어디를 가든지 <어린 왕자>를 가지고 다니셨다고 한다. 영이 맑은 분들은 분명 어린아이처럼 순진함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나에게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자문해 본다.
끝으로 내가 외우고 있는 시 중에 윤동주 님의 <서시>가 끼어 있다는 걸 보면 역시 <서시>는 대단한 시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