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남자 친구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0
김일옥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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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문고판 네버앤딩 책이다. 문고판은 일단 책이 가볍고 손 안에 들어가는 사이즈로 별로 부담이 없어서 좋다. 물론 거기다 내용까지 훌륭하니 금상첨화지. 

<할머니의 남자 친구>로 푸른 문학상을 수상한 김일옥 작가의 여러 단편을 모아서 만든 첫 동화집이란다. 아마 작가가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 사나 보다. 책 곳곳에 내가 아는 지명들이 나와서 얼마나 반가운지. 초안산, 우이천 등  뭔가가 나랑 엮이면 일단 반갑고 더 관심이 가져 지는 건 인지상정인가 보다. 그래서 학연, 지연을 따지는가 싶기도 하다. 

일단 타이틀인 <할머니의 남자 친구>는 예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할머니 싸게 팔아요> 라는 책이었는데 거기서도 할머니가 연애하는 것에 대해서 가족들이 반기고 축복해 주기는 커녕 무슨 주책이냐며 구박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로맨스를 마치 불륜인 것 처럼 생각하는 가족들의 몰지각한 행동들이 묘사되어 있었다. 여기서도 이와 비슷하다. 할머니의 남자 친구는 의사 출신 답지 않게 양아치 마냥 요란하게 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그것부터가 가족 특히 아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의사라면 사족을 못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다 늙어 은퇴한 의사는 별로 인기가 없나 보다. 하여튼 모양새가 일단 마음에 들지 않고 할머니한테 하는 일들도 요즘 젊은 아이들 보다 더 유치찬란하다면서 부모님들은 정 그러면 연애만 하고 살라고 한다.  황혼의 연애나 결혼이 왜 자꾸 등장할까 잠시 생각해 본다. 이것이 대세이기 때문에 그대로 현실을 반영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처럼 혼자서 끝까지 수절하며 산다는 것은 요즘에는 드문 것 같다. 이혼이 이제 4가정당 1가정으로 늘어난 것이 사실인 것 처럼 황혼 연애와 황혼 재혼 또한 우리 사회의 무시못할 하나의 흐름이기 때문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리라. 평균 수명도 늘어난 마당에 혼자서 그 긴 시간을 보내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다. 좋아하고 마음에 맞고 사랑하는 상대가 있으면 가족들이 축복해주고 두 분이 여생을 사랑하며 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나이 들어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욕 좀 보소>편을 읽을 때는 마음이 참 무겁고 칙칙했다. 이것 또한 우리 나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인데 3년 전 내가 6학년 담임을 할 때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나서 읽는 내내 기분이 별로였다. 이렇게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은 분명 괴로운 일이다.   아들 학교에 시험 감독을 간 엄마가 자신의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들이 자신을 지네들끼리 쓰는 그런 욕으로 표현하는 걸 듣고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비틀비틀하며 집으로 온다. 집에서는 딸이 누군가가 보낸 욕이 적힌 문자를 보고 의심이 가는 친구에게 저도 똑같이  쌍욕을 해대며 문자를 보내고 있다. 그걸 본 아버지는 딸의 뺨을 때린다. 뺨을 맞은 딸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오만 가지 욕을 마음 속으로 해댄다. 모든 부모들은 생각한다. 내 아이는 설마 욕을 안 하겠지라고. 여기 부모도 그렇게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완전히 뒷통수를 얻어 맞았다. 부모 앞에서만 안 쓸 뿐이지 지네들끼리 있으면 일상언어다. 3년 전 6학년을 할 때 훈계하는 나한테 직접 쌍욕을 하는 아이를 처음 대하고 얼마나 몸이 바르르 떨렸던지...지금이라면 아마 모른 척 하고 넘어갈 것도 같다. 괜히 화내면 나만 손해니깐. 이제 고학년을 하려면 아이들한테 욕 먹는 것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것 때문에 일희일비해서는 정말 스트레스 받아서 교사 생활 못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교사는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의미로 경어를 쓰라고 하는데 거꾸로 학생은 교사에게 욕을 해대는 거꾸로 된 세상. 막장 세상 아닌가!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훈계하는 담임 선생님을 폭행한 사건도 봐라. 정말 무섭고 더러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 부모에게, 교사에게 욕하는 아이들.  심지어 폭행하는 아이들.  정말 씁쓸하다. 심지어 지하철에 탄 여대생들도 말끝마다 욕을 달고 있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 예쁘게 화장하면 뭐하나 그 입에서 나오는 것들이 죄다 욕인데. 더 문제는 그들에게는 그게 욕이 아니라 접미사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려서 여기에 나온 딸처럼 그게 무슨 욕이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5,6학년 정도 되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욕을 할 줄 안다. 3년 전에 우리 반 아이 중에서도 1명 빼고 다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었다. 아들의 말처럼 그렇게 욕을 해야 멍청한 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강해 보이기 때문에,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누구나 하는 말이 되어 버렸기에, 나만 욕을 안하면 친구들이 혼자 유난 떤다고 비웃기에  ..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욕을 배우고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부모들만 순진하게 모를 뿐이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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