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모자 울음을 터뜨리다 - 독일 올덴부르크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10
베아테 테레자 하니케 지음, 유혜자 옮김 / 대교출판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놀토에 이렇게 일찍(여섯 시) 일어난 이유는 바로 이 책 때문이다. 어젯밤에 겨우 다 읽었는데 결말이 너무 아쉽다. 

성폭력범들이 많아진건지 아님 매체가 발달되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많아진 것 처럼 보이는 건지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하여튼 요즘 매일이다시피 발생되는 것이 성폭력 사건이니 정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불안할 뿐이다. 

통계적으로 성폭력 사건과 관련지어 그 피의자들이 친인척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게 더 어이가 없다. 심지어는 친아버지도 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성폭력의 안전지대는 없다는 거다. 

말비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금요일마다 할아버지 집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목욕을 하면서 성추행을 당한다.  할아버지가 거품을 잔뜩 풀어 놓고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이 좋지는 않았다. 더 기가 막힌 건 이걸 버젓이 아는 할머니가 묵인해 주고 있다는 거다.  오히려 유언으로 말비나에게 <할아버지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라>고 약속을 지켜 달라고까지 한다. 할머니의 유언 때문에 말비나는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말 나쁜 할머니다. 같은 여자로서 어떻게 그럴 수가... 모르긴 몰라도 할아버지의 그 못된 행동을 예전부터 할머니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린이를 상대로 성추행을 하는 것은 정신병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  할머니가 알고 있었다면 막아 줬어야 하는데 오히려 유언을 남기다니...손녀가 받을 고통과 상처는 전혀 생각지 않고 말이다.  

어느 덧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곧 있으면 열네 살 생일을 맞게되는 말비나는 할아버지 집에 부모님 심부름을 가게 된다. 거기서 다시 할아버지가 말비나에게 키스를 하는데 말비나는 싫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온 말비나가 이 사실을 말하지만 가족들은 너무 예민해져서 그렇다며, 원래 가족끼리는 그렇다며 말비나의 말을 무시한다. 말비나는 또 그 짓을 당할까봐 할아버지 집에 가기가 싫은데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보살펴 드려야 한다며 바구니에 먹을 것을 넣어 심부름을 자꾸 보낸다. 그야말로 빨간 모자이다. 바구니에 먹을 거리를 넣어 할아버지 집에 가는 아이. 하루 이틀... 할아버지에 의한 추행은 계속되고 말비나의 고민 또한 계속된다.  혹시나 진실을 말하게 되면 친구 리지와 남자 친구 폼쟁이를 잃어버릴까봐 두렵기도 하다. 

언제쯤 말비나가 용기를 내어 울음을 터뜨릴까 숨죽이며 읽어갔다. 거의 끝이 다 되어가는 데도 용기를 내어 외칠 준비를 하지 않아 답답하던 차에 폼쟁이는 <착한 것이 항상 이긴다>고 그녀에게 용기를 준다.   또한 말비나 할아버지에게 나쁜 악령이 씌였다고 말하는 비첵 아줌마는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절친 리지 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드디어 말비나에게는 말할 용기가 생겼다. 할아버지 앞에서, 가족들 앞에서. 친구들 앞에서, 경찰서에서 외칠 준비가 되었다. 

할머니가 암에 걸려서 투병할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의 성추행이라도 기억 속에 오래 남아 그녀를 괴롭혔을 터인데...잠시 리지 때문에 할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말비나의 고통을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써내려가고 있다. 아마 그건 말비나가 할머니 살아 있을 때 기억을 일부러 지우려고 했기에 그렇게 만든 장치인 듯하다.

말비나의 가족들은 말비나를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그녀의 말을 믿어 주지 않는 반면에 그녀의 주변 인물들은 그녀에게 용기를 주며 그녀의 말을 믿어 준다. 비첵 아줌마가 눈치 챈 것을 왜 가족들은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녀가 그토록 할아버지 집에 가기 싫어한다면  한 번 쯤 제대로 물어봐야 하지 않았나?  리지의 외침처럼 <내가 너의 단짝 친구인데 알아 채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나>라는 고백을 해야 하지 않는가.

말비나라는 이름은 < 권리를 지키는 사람>이란 뜻이란다. 말비나가 자신의 권리를 지킬 용기를 가지고 소리 지르게 되어서 다행이다. 세상 곳곳에서 말비나처럼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그녀들 또한 그녀들의 권리를 지켜 외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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