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닮고 싶은 조선의 고집쟁이들 - 열정과 도전으로 성공한 조선 최고의 전문가들
아해와 이야기꾼 (김단아, 김명옥, 심재은, 최서현, 최정이) 지음, 한창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의 고집쟁이들이라...  

고집쟁이라함은 좋은 의미보다는 나쁜 의미가 강한데 이 책에서 고집쟁이라 함은 바로 <소신>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주~욱 인물을 살펴 보니 내가 아는 인물이 한 명도 없다. 

천민 시인 홍세태, 시대를 앞선 소설가 이옥.  흔들리지 않는 사관 민인생, 고집불통 화가 최북, 최고의 만능 기술자 최천약,  천연두 전문 어의 유상, 책을 만든 훈장 장혼, 장악원 악사 김성기. 상제 전문가 유희경,  호조 아전 김수팽   이상 10명이다. 

직업도 가지가지이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양반이 아니라 모두 중인 이하의 신분이라는 거다. 신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열정을 가지고 그 일을 하였으며 때로는 고집불통으로 보일 만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왕을 비롯하여 그 누가 딴지를 걸어도 소신 있게 일한 사람들이다. 

사후에 그들의 이름 석자 알아 주는 자 없지만 그들은 그들이 사는 동안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만큼 최고의 고수였다. 그들이 고수가 되는 목적 또한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 자신이 하는 일이 좋아서였으며 그 일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나아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였음을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었다.   

이옥 편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개혁적인 정조왕 마저도 문체 만큼은 옛것을 고집하여 문인들의 사상과 창작 활동을 억압한 사실은 어떤 면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만큼 정조가 왕권이 불안하였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이에 이옥은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문체를 고집하였고 그일로 귀양까지 갔다.문인에게 자신의 사상을 자신의 문체에 담지 못하는 것은 죽은 거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이옥의 일기에서<글은 어느 누가 읽어도 이해가 되도록 쉽게 써야 한다>는 대목이 가슴에 와 닿는다.  

민인생 편에서는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여 사초에 쓰려고 하는 사관과 그런 사관을 두려워하여 가급적 멀리하려는 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후세에 진실 그대로를 알리려 하는 사관의 노력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조선왕조실록은 오직 왕의 좋은 모습만 기록되어 있는 그저 그런 기록물로 전락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종의 어명에도 굴하지 않고 편전에 숨어 들어 끝까지 사초를 한 줄이라도 쓰려고 하는 민인생 같은 사관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과 같은 조선왕조실록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그 감흥이 남다르다.

최북편은 정말 고집스러움의 극치를 보여 준다. 소박하기 그지 없는 집에서 항상 그림만 그리고 그림 값도 제대로 받지 않는 화가 최북이 양반님네 생일 잔치에 억지로 불려 나가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가 그린 것은 평소에 즐겨 그리던 메추라기 두 마리. 아는 척하기 좋아하는 관원이 그림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하자 이를 듣고 있던 최 북이 <쓸데없는 것에 욕심을 내고, 그 욕심을 멈추지 않는 양반네들이 이 어리석은 메추라기 같지 않습니까? > 이렇게 말하자 이를 듣고 있던 양반네들은 최북의 손가락을 당장 잘라 버리라고 호령을 하고 이에 최북은 손에 들고 있던 꼬챙이로 자신의 눈을 찌르고 만다. 얼마나 양반님네들이 꼴보기 싫었으면.... 양반을 상대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도화서에 들어가서 편하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만을 그리고 싶다고 거절하는 예인으로서의 고집이 감동을 준다. 

유상 편에서도 마마에 걸린 왕의 치료를 놓고 유상은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소신 있게 행동한다. 다른 어의들은 처방해서는 안 된다는 약을 처방하고 그것도 모자라 몰래 탕약에  저미고를 넣는 행동은 그 시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중죄이나 유상 자신이 천연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실력이 있었으므로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집스러움 그 뒤에는 실력이 있었던 것이다. 

김성기 편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을 알려 준다. 활을 만들던 궁장이 어느 날 거문고 소리에 심취하여 편안한 직장도 관두고 기약 없는 거문고 소리를 찾아 무작정 스승을 찾아 가고 받아 주지 않는 스승님의 마음을 돌이켜 거문고의 고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말 그대로 무엇에 미친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준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처럼 세상에 유명하지 않으나 이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정말 소신 있게 한 자로서 존경을 받기에 합당하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물들 중에서도 이런 훌륭한 인물들을 찾아 내고 후세에 알려 주는 일 또한 굉장히 가치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위인전이라는 말보다 인물전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어린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인물전이 많이 나와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