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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 맞은 날 - 아이좋은 그림책 13
김지연 외 지음 / 그린북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겉표지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언젠가는 읽으리라 마음 먹고 있던 터에 우리 반 어린이가 도서실에서 빌려 온 것을 보고 <이 책 다 읽고 선생님 빌려 줄래? > 했더니 너무 좋아하는 표정으로 다음 날 빌려 줘서 드디어 읽게 되었다.
검정 선으로만 표현되어 있는 그림만으로 충분히 주인공의 감정이 잘 표현되고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발 밑만 쳐다 보고 발로 돌을 차는 모습에서 우리 주인공이 지금 얼마나 마음이 심란한 지 그대로 전해진다. 책 전체가 이렇게 단순한 선만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그때 그때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다는 것에 찬사를 보낸다.
빵점 맞은 시험지를 받아 들고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내 아이가, 우리 반 어린이들이 이런 고민을 하겠구나 짐작해 본다. 한 시험지는 90점이고 다른 시험지는 0점이라서 어떤 시험지부터 보여 드려야 엄마가 혼을 덜 낼까 고민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하나가 0점인 반면에 다른 시험지는 90점인데 아마 부모라면 나도 그렇겠지만 90점이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게 아니라 0점이라는 점수가 먼저 가슴을 후벼파서 소리부터 버럭 지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0점 시험지를 받자마자 고민에 휩싸이고 심지어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일찍부터 시험지옥에 입문한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건 시험점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할 때가 간혹 있긴 하지만 최대한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시험 점수에 대해서 모르는 척 해 주려고 한다. 물론 높은 점수일 때는 엄청 칭찬해 주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최소한 아는 것은 틀리지 말자를 꼭 강조한다. 어려운 문제는 틀려도 좋으나 아는 문제를 덤벙대어 틀리는 것은 안 된다고 누누히 말한다.
1학년 어린이들은 참 재미있다. 매주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데 힘들어하면서도 혹시나 내가 100점을 맞지 않을까 싶어서 내심 기대하기도 하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 그러다 100점이라는 점수가 써져 있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반대로 낮은 점수가 써져 있으면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자기네들끼리 우리 엄마는 몇 점 맞아 오라고 했어. 우리 엄마는 몇 점 맞으면 어떻게 해 등등 아이들 입을 통해 가정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들 점수에 너무 민감하면 아이가 자칫 나쁜 짓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컨링을 하거나 시험지를 고치거나 숨기거나 말이다. 그래서 시험 점수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 겨우 초등학생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