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아빠 백점 엄마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동심원 14
이장근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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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에 있는 신형건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온몸 구석구석에 난 문으로 모든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를 읽게 되면 독자 또한 그 순간만큼은 시인처럼 온몸에 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모든 걸 느끼게 되는 것 같다.  5명의 신인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 나 또한 깊어지는 가을에 잠깐 시인의 마음이 되어 온몸에 열린 문들을 통해 모든 것을 예민하게 느끼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5명의 시인 중에서 가장 코드가 맞는 시인은 [빵점 아빠 백점 엄마]를 지은 이정인 시인이다. 일상의 것들을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언어로 진솔하게 풀어내는 것이 좋았다.  

온 가족이 다 듣도록 큰 소리로 읽어 주었다. 그리고 상처 받을 걸 각오하고 <얘들아, 우리 아빠는 몇 점? 우리 엄마는 몇 점? >이냐고 용감하게 남매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딸이 말하길 아빠는 98점,  엄마는 100점이란다. <얏호!!! 이 정도 점수라면 그동안 아이를 키운 보람이 있는 거야.>하며 안심이 되었다.  남편은 <그만하길 다행이야 > 란다. 적어도 자기는 이 시에 나온 아빠처럼 빵점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 오버랩된다.아직도 가사일은 엄마 차지인 우리 나라 현실을 잘 반영한 작품이다. 우리 아이들 세대 정도 되어야 성구분 없이 프랑스처럼 모든 가사일을 공동 분담하게 되려나... 뒤이어 나오는 [남자들의 약속]또한 웃을 수 만은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아마 시인도 이런 현실 속에서 살고 있나 보다. [긴 말 짧은 말 ] 또한 엄마, 아빠를 떠나서 남녀의 차이를 분명하게 잘 드러내 준 시였다. [강아지풀꽃]이란 시도 좋았다. 강아지풀꽃에게 너도 꽃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라는 시인의 마음이 짦은 시지만 잘 표현되어 있다.[꼬꼬댁]이란 시를 읽고 나서는 얼마나 웃기던지... <저는 고지댁이 아니라/ 꼬꼬댁이라고> 생각할수록 웃기다. [초승달]은 시인의 풍부한 상상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 말간 하늘에 생채기 낼까 봐/ 별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찌르게 될까 봐/  조금/ 조금/ 살찌운다>  [10분 친구] 라는 시는 지금 어린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시다. 친구들과 놀 시간이 오며 가며 10분 밖에 안되는 우리 어린이들.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아야 사회성도 생기고. 배려심도 배울 수 있는데 말이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장근 시인의 시 중에서는 [힘센 층]이란 시가 좋았다.  < 2층에서 15층까지/ 모두 업고 있는 / 1층이지> 라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아파트에서 가장 인기 없는 층 중의 하나가 1층인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림자 싸움]은 다음에 우리 반 친구들이 싸우게 되면 한 번 써먹어 보고 싶다. 싸운 친구끼리 꼭 손 잡고 가라는 벌을 준다면  친구끼리 다투는 일은 줄어들 것 같다. [어려운 숙제]는 당분간 우리 나라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숙제일 듯 하다. 몇 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혼자인 아이들이 늘어났다. 반면 다자녀는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하다. 출산율 저하는 엄청나게 비싼 교육비 때문 아닌가?  

안오일 시인의 [마음에 맞는 몸]은 수긍이 가는 그런 시다. 마음 따로 몸 따로 가지 말고 제발 마음에 맞는 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오지연 시인의 [김치 담그는 날]은 어릴 적 김치 담그시던 엄마 곁에서 연속 매운 김치를 집어 먹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뭐니뭐니해도 김치 담글 때 바로 그 옆에서 엄마가 쭉쭉 찢어 입에 넣어주시던 그 김치 맛이 최고다. 올해는 배추 값이 폭등하여 서민들은 김장도 못할 처지가 되어 버렸는데.... 아!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엄마가 만들어주시던 그 김치가 먹고 싶어져 군침이 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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