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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 발 늘어져라 - 권정생 선생님이 남북 어린이에게 남기신 이야기 1
권정생 글, 김용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5월
평점 :
권정생 작가의 여는 글은 읽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몽땅 다 외우고 싶지만 기억력이 딸려 잘 외어지지 않아 옮겨 적어 본다.
이 세상은 기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슬프고 괴로운 일들이 더 많은 것이 이 세상일지도 모릅니다. 나 혼자 기쁘다고 생각했을 때 문득 내 친구들, 내 이웃들은 슬프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 혼자 기뻤던 것이 오히려 미안할 때가 있답니다. 그러니까 나 혼자 기쁘고, 나 혼자 즐겁고, 나 혼자 행복한 것은 좋은 것이 못되지요. 다 함께 모두 같이 기쁘고 즐겁다면 가장 행복한 것이지요.
이 얼마나 날 부끄럽게 만드는 글인가?
권정생 작가의 책을 읽는 어린이 모두가 이런 마음을 알았으면 한다. 나 혼자 기쁘고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함께 기쁘고 행복해지기 위해 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그런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그리고 진정한 나눔의 기쁨을 알기 원한다.
이 책은 남북한 어린이들에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 쓰신 책이라고 한다. 직접 창작하신 것인지 전해 들은 이야기를 맛깔나게 고쳐 쓰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권정생님의 구수한 입담이 잘 느껴지고 저학년 어린이들이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책이다. 권정생 할아버지가 어린이들을 앉혀 놓고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 책에는 < 닷 발 늘어져라>와 <만석꾼 대감님> 이란 작품이 실려 있는데
<닷 발 늘어져라>는 착한 동생과 욕심 많은 형이 있었는데 어느 날 동생이 도깨비를 만나 우여 곡절 끝에 도깨비 방망이를 구해 잘 살게 되자 욕심 많은 형이 그대로 동생을 따라하였으나 오히려 도깨비들에게 닷 발 늘어지는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도대체 도깨비들은 형의 신체부위 중 어느 부위에 주문을 걸었을까 상상하면서 읽으면 정말 재미있을 거다.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늘어나는 바람에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던지...우리 딸도 진짜 웃기다며 난리가 났다. 지금도 생각만 하며 절로 웃음이 나온다. 푸하하하!!!
<만석꾼 대감님>은 부자도 착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이재복님(평론가)도 북쪽의 작가들이 지주가 착하다는 이야기를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는 이야기처럼 착한 부자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 세상에 이 이야기는 노블리스 오빌리쥬를 실천하는 만석꾼 대감님의 이야기를 통해 돈의 참된 가치 또는 정말 무엇이 귀한 것인지 알려 주는 듯 하다. 정말 요즘처럼 세상 살기 힘든 때에 이런 만석꾼 대감님이 여러 분 계신다면 돈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 터인데..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앞에 서민들은 죽어나는 줄도 모르고 부자들은 자신들의 기쁨만을 위해 돈을 물쓰듯이 써대는 나라가 우리 나라 아닌가! 우리 나라는 돈 있고 권력 있으면 유죄가 무죄가 되는 나라 아니던가! 난 이런 책들을 보면 작금의 우리 나라 현실에 더 분노 지수가 높아져서 갑자기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이쯤해야지...
노블리스 오빌리쥬를 실천하는 다른 나라의 부자들을 보면서 우리 나라 부자들에게 권정생님의 여는 글을 한 번 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