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롱이의 꿈 동심원 11
이옥근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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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그것도 동시집을 읽은 것은 거의 처음인 듯 하다. 시라는 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학교 시절에 가끔 들여다 보던 것이었을 뿐 내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되었는데 시도 아니고 동시를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가끔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 읽곤 하였지만 그래도 동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시하면 왠지 촌스럽고 유치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신형건 시인의 동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보고 생각이 달라지고 있던 터에 이옥근 님의 첫 동시집을 다 읽고 나니 나의 선입견이 완전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동시를 짓는 모든 어른들에게 존경의 마음까지 가지게 되었다. 시를 짓는다는 것도 참 힘들 터인데 어른이 아이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동시를 짓는다는 것은 갑절 힘든 작업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옥근 시인의 약력을 보고 반가웠다. 내가 졸업한 여수여자고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여수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과 나와 같이 교편을 잡고 있다는 이 두 사실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시를 읽었다. 역시 뭔가 공통 분모가 있다는 것은 더 관심을 집중하게 하나 보다. 

이옥근 님의 대표작인 <다롱이의 꿈>은 읽을수록 인간의 욕심보다는 자연의 꿈을 이뤄져야 함을 깨닫게 해 주는 귀여우면서도 감동을 주는 시다. 특히 마음을 끈 것은 - 다람쥐 꼬리 닮은 억새들이 손짓하며 달려들었지만 단숨에 뿌리치고 뛰었습니다- 라는 구절인데 또다시 자연을 가지고자 하는 욕심을 억누르는 그 마음이 잘 전달되었다. 자연은 자연 속에 있어야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왜 인간은 자주 망각하는 것일까? 지금쯤 다롱이는 숲에서 열심히 도토리와 밤을 주워 먹고 있겠지.

대단한 상상력이다 했던 작품은 < 장롱 속 옷걸이>라는 시였다. 난 이제껏 옷걸이의 모양이 <? >를 닮았다고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는데 시인은 그걸 그렇게 시로 나타낸 그 기발함에 박수를 보낸다. 나처럼 보편적인 생각만 하고 사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 시였다. 창의적인 사람 앞에서 보편적인 사람은 항상 쪼그라들곤 한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시는 <도둑 방귀>라는 시다.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가 바로 방귀가 아닐까 생각하곤 하는데 역시 방귀를 소재로 아주 재밌게 쓰셨다. 

< 아저씨. 미안해요> 라는 시는 지금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는 그런 시였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사람이 조금 무섭게 생긴 아저씨일 경우 누구나 한 번 쯤 느꼈을 공포감. 왜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는지... 씁쓸할 뿐이다. 

< 내 몸에 벌레 한 마리 산다 >라는 시 또한 공감이 간다.  자꾸 내 몸 속에 작은 벌레가 큰 괴물이 되어 가는 듯한 기분. 자꾸 나쁜 말을 하게 되고, 자꾸 미워하게 되고, 자꾸 분노하게 되고... 내 안의 작은 벌레를 없애 줄 예쁜 말들만 하고 살아야 할 터인데 말이다.  

< 정글 거리> 라는 시 또한 눈길을 사로 잡았다. 겨울만 되면 우리 나라도 어느덧 흔하게 모피를 보게 된 요즘. 밍크 코트 하나 만들기 위해 60-80마리의 밍크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한쪽에서는 밍크 코트며 악어 가방, 물소 가방을 만들어 내고 다른 한 쪽에서는 동물을 보호하자는 시위를 하고....  정글 거리가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적절하게 잘 표현한 시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으면 접하지 못했을 동시집. 앞으로는 동시라고 절대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이옥근 시인의 말처럼 좀 더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깊이 들여다 본다면 나도 언젠가 시 한 줄 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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