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의 편지 동화 보물창고 27
사라 페니패커 지음, 최지현 옮김, 말라 프레이지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상큼한 주황색이 돋보이는 표지 전면에 나온 아이는 제멋대로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약간 놀란 듯한 동그란 눈,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는 옷차림에 두 손에 편지를 들고 있다. 이 아이가 바로 클레멘타인이다.  개구쟁이처럼 보이는 이 아이의 모습에 분명 재밌는 이야기가 많을 거란 기대를 하였다.그런데....

솔직히 재미가 그닥 있지 않아서 끝까지 읽는 내내 고달팠다. 왜 재미없을까 생각해 보니 주인공 클레멘타인의 캐릭터가 2% 부족해서이다. 꼬마 아이가 주인공인, 그것도 약간 엉뚱한 기질이 있는 책들의 다른 주인공들- 삐삐 롱스타킹, 꼬마 니콜라, 에밀은 사고뭉치-은 이름만 들어도 그 아이들의 캐릭터와 함께 이미지가 잘 연상되는데 클레멘타인은 끝까지 다 읽는 내내 얼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고 도대체 이 아이의 캐릭터가 뭐야? 하는 질문을 계속 해댔다.  

그렇게 엉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악동도 아니고 보는 내내 클레멘타인은 다른 아이랑 다른 점이 무엇일까 고민고민만 했다. 3권까지 만들어졌다면 분명 캐릭터가 살아 있을텐데 난 왜 이리 이 아이가 사랑스럽지 않지 하는 의문에 옮긴이의 글을 읽고 나서야 해답을 찾았다.  옮긴이의 말처럼 3권은 전작 2권에서 보여지던 엉뚱발랄하고 천방지축의 모습은 사라지고 조금 성장하여 철이 들어 있는 클레멘타인의 이야기가 그려진 탓에 나처럼 3권만 읽는 사람들은 캐릭터가 애매하다고 느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정독을 했다. 그랬더니 클레멘타인이라는 아이의 특성에 대해서 조금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주인공 아이들처럼 그렇게 가슴에 깊이 와닿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1,2권을 읽지 못해서일까?  삐삐 롱스타킹도 3권 짜리이고, 꼬마 니꼴라도 5권 짜리인데 각권을 읽어도 그들만의 캐릭터가 살아 있고 악동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데 클레멘타인은 그 점에서 2% 부족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전개 방식도 그다지 궁금증을 느끼지 못하게 약간 산만한 인상을 준다. 왜 클레멘타인이 드매츠 선생님을 교사 연수회에 가지 못하게 하려는지도 제대로 잘 전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왜 클레멘타인이 편지를 써서 심사에서 선생님을 떨어뜨리려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갔었다.두번 째 읽을 때야 클레멘타인이라는 아이가 다른 사람과 쉽게 쉽게 적응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겨우 호흡이 잘 맞게 된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을 알았다. 클레멘타인의 편지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중간에 소제목으로 들어가는 에피소드 또한 나에게는 연결점이 없고 약간 끼어 맞추기 식의 구성이 보여서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도 감동적인 장면이 있다면 이걸 꼽고 싶다. 아빠와 딸이 공동작품으로 책을 만드는데 스케치북에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글을 쓰는 형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충동적으로 재활용품을 돈을 받고 이웃에 팔아 넘긴 클레멘타인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잔뜩 화가 난 아빠가 화내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딸 아이의 방에 들어가 스케치북에 조용히 <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미리 생각해 보라>는 글을 쓰는 장면이 있다. 그 어떤 훈계보다 클레멘타인의 마음을 움직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모로서 움찔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두번 째 감동적인 장면은 임시 담임이었던 네이젤 선생님과 클레멘타인이 나누는 대화이다. 둘의 장면은 < 어린 왕자>에서 여우와 어린 왕자가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과 흡사하다. 여기서 클레멘타인은 자신은 드매츠 선생님의 규칙은 알지만 네이젤 선생님의 규칙은 모르기에 자꾸 실수를 한다고 한다. 그 대답으로 선생님 또한 클레멘타인이 속한 반의 규칙을 알고 싶다며 손을 내밀고 클레멘타인이 매번 하는 방법처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팔에 그 내용을 쓴다.문신처럼 말이다. 서로의 규칙을 안다는 것과 길들여진다는 것.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클레멘타인과 네이젤 선생님이 좀 더 빨리 서로의 규칙을 알려 주었다면 괜한 오해나 실수, 충돌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외향적이어서 다른 사람이나 다른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향적이라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클레멘타인 같은 아이들에 작은 배려- 규칙을 말해 주는 것-가 그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고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 준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3권만 읽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전작과 같이 주인공의 생생한 캐릭터가 좀 살아 있었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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