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왕자 책읽는 가족 2
강숙인 지음, 한병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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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기파랑이 누구인지 검색을 해 보았지만 자세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화랑으로서 후세에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이었다는 정도만 나올 뿐이었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그토록 닮고 싶었던 인물 기파랑을 알지 않고서는 마의태자의 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 한 번 찾아 봤지만 아무 성과가 없었다.  강숙인 작가님께서 언젠가 기파랑 이야기를 해 주시기를 기대할 뿐이다.  

국사 시간에 마의 태자에 대해서 배운 내용은 나라가 망한 후 그 슬픔을 기억하기 위해 평생을 삼베로 만든 옷을 입고 다녔고 거기서 마의태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정도로만 기억되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제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의 태자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그의 슬픔이 전해져 잠을 제대로 이루질 못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 보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뻔히 다 죽을것을 알면서 고려와 맞서 싸울 것인지 아니면 이제 패망은 명백한 일이니 평화롭게 나라를 넘겨 줘서 최대한 백성이 다치지 않도록 할 것인지  피를 말리는 어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갈림길에서 마의태자가 가졌을 그 번민과  고뇌가 충분히 책을 통해 전해져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책은 따지고 보면 별로 큰 사건도 없고 커다란 갈등 상황도 별로 없는 셈이지만 마의 태자와  마의 태자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화자 선의 심리 묘사가 너무나 탁월하여 별다른 사건의 전개 없이도 감정 이입이 충분히 되고 그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끝내 나라를 지키지 못하여 스스로 삼베 옷을 입고 나물죽만 먹으며 자신을 따르는 신라 백성들과 평생을 개골산에서 지낸 마의 태자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존경하던 형의 뜻을 함께 따르지 못한 그 죄책감에 결국은 스님이 되어 태자와 함께 거닐었던 달못에 와서 태자가 본인에게 보여 주었던 칼춤을 추며 그 회한을 달래는 막내 선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왕자로 태어났지만 나라와 백성,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 그들의 한없는 슬픔이 책 속에 녹아 내려 보는 내내 가슴이 저몄다. 

 60여 년이 지나 태자와 거닐던 그 달못을 찾아온 선이 태자의 소식을 전해 듣고 개골산에 찾아가지만 만나지는 못하고 되돌아 오던 길에 만난 무지개를 보면서 태자가 보내 준 무지개임을 확신하는 장면은 가슴이 찡하다. 이제 선도 태자를 지키지 못한 그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태자가 말한 것 처럼 신라라는 나라는 없어질 지언정 그걸 지키고자 했던 태자의 꿈은  누군가를 통해 이렇게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도 마의태자처럼 질 것이 뻔한 싸움을 준비하거나 싸움을 하는 자들의 꿈을 기억해 줄 누군가가 후세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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