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 1 - 어린이를 위한
이철환 지음 / 반딧불이(한결미디어)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이철환이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뜻밖에 내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서였다.  그 목사님은 특이하게도 설교 시간에 책을 읽어 주는데 바로 이철환의 <곰보빵> 중에서 한 편을 읽어주셨다. 그 때 부터 이 작가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이철환을 유명하게 만든 이 책 < 연탄길>!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어린이용으로 출판된 게 있어서 그걸 골라 읽었다. 

요즘 내가 사람들에게 많이 실망하고 배신을 당해서인지 14편의 미담이 처음엔 잘 들어 오지 않았다. 아마 내 마음이 팍팍한 상태여서 여기에 등장하는 착하디 착한 자들의 이야기가 저 먼 별나라의 이야기로 다가올 뿐 바로 내 주변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아서였으리라. 

그래도 마음을 다시 가라앉히고 끝까지 읽어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저 깊은 곳에서 가느다란 울림이 느껴졌다. 정말 가난하고 헐벗고 볼품없는 이 세상의 약자들이 자기들보다 더 약자들을 도와주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성경 말씀에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구절이 있듯이 14편 모두의 이야기는 다 가난한 자들이 자기보다 더 가난한 자, 약한 자를 배려하고 도와주는 이야기이다. 정녕 이 이야기 속에 착한 부자는 나오지 않는다.   외국의 부자들은 잘도 기부도 하더구만 우리 나라 부자들은 더 가지려고 할 뿐 약자를 도와줄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것 같다.

이 책을 한참 읽을 때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고용 의혹이 불거졌다. 부자, 강한 자, 권력자들은 더 가지려고만 할 뿐  약자는 안중에도 없나 보다.

이제 행시, 사시 까지 모두 특채 형식을 취하여 가난한 자들은 그런 고급 공무원이 될 꿈조차 꿔 보지 못하게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그 저의가 정말 무섭다. 교육 시스템도 그렇고 개천에서 용 날 수있는 여지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거다. 우리 나라에서 가난한 자들이 설 곳은 점점 줄어 들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 가난한자들은 이 세상을 어떤 희망으로 살아가란 말인가?  

점점 가난을 대물림할 수 밖에 없는 제도를 마련해 나가는 이 사회를 어떻게 저지할 수 있을까?  

사족으로 권정생님이 거렁뱅이 생활을 할 때에도 역시나 가난한 사람들이 밥 한 끼. 옷 한 벌 빌려 주고 격려해 주었지 부자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래서 권정생님도 가난한 자. 소외받은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쓰게 되었다고 하셨다.    

9년 동안이나 이야기들을 취재하러 다녔다는 이철환 작가. 그래도 우리 주변에 가난하지만 이렇게 다른 이웃을 배려하는 이들이 아직은 존재하기에 멸망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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