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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금이 작가를 만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분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아서 부리나케 가장 유명한 작품을 얼른 읽었다. 적어도 한 작품이라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말로는 정말 많이 듣던 작품인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저학년을 하다보니 고학년 대상 책은 나중에 읽지 뭐 이렇게 미루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여튼 어디를 갈 기회가 생겨서 고속 버스 안에서 모두 읽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아주 재미있었다. 두껍다고 여겨졌지만 읽다 보니 단숨에 다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그러니까 두껍다고 미루거나 겁먹지 않기를.
하늘말나리야를 처음 들었을 때 곤충 이름일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건 무지의 소치였고 하늘말나리는 나리꽃의 한 종류이다. 하늘말나리는 이 책의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소재이다. 바우가 그린 하늘말나리, 바우가 소희 누나를 닮았다고 생각한 하늘말나리는 나리 꽃의 한 종류지만 다른 나리 꽃들과 달리 하늘을 향해서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늘을 향해 꽃잎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바우는 그 꽃이 소희 누나를 닮았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당당함을 가진 소회 누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소희가 바우와 미르에게 <너희들도 하늘말나리야> 라는 말을 한다.또한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도 이 책을 접으면서 < 나도 하늘말나리야> 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을 게다. 나도 그랬으니깐.
이야기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미르 이야기, 소희 이야기, 바우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 이렇게 말이다. 작가는 각 성장통을 겪는 세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제목 또한 그 아이의 성격에 맞게 지어진 점이 특이했다. 미르는 간결하게, 소희는 작가답게, 바우는 화가답게 들꽃의 이름으로 제목을 지은 것이 눈에 띄었다.
세 아이의 현재 모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손 가정의 모습이다. 덜하고 더하고의 정도를 비교하기가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소희가 가장 불행하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소희는 아주 어릴 적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재혼하여 할머니 손에 키워진 아이이다. 반면 바우는 7세 때 까지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지만 7세 때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 그 충격으로 선택함구증을 앓고 있는 아이이다. 마지막 미르는 가장 최근까지 부모님 밑에서 자란 평범한 가정의 아이였지만 겨울 방학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달밭에 어머니를 따라 오게된 경우이다. 이렇게 보면 객관적으로 볼 때 소희의 처지가 가장 딱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거꾸로 소희가 가장 독립적이고 씩씩하며 자신의 생활을 잘 영위해 나간다. 그 다음에 바우, 최근에 이혼을 겪은 미르가 가장 혼동에 쌓여 있고 반항심도 깊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정도 또한 가장 심하여 타인에게 자신을 열어 보이지 않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며 타인에 대해 굉장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소희와 미르를 비교해보면 미르는 굉장히 응석쟁이이다. 소희가 더 오랜 시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왔으며 현재도 하나 밖에 안 계시는 할머니가 자리에 누워계신 상태인데도 열심히 생활하는 반면에 미르는 이혼한 엄마에 대해 원망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 전학온 학교나 학교 친구들에게도 적대감을 가지고 생활한다. 미르는 응석을 부릴 어머니가 있지만 소희는 그런 어머니조차 없고 자신이 돌봐 드려야 할 할머니 뿐이기에 너주 조숙한 그 모습이 더 슬퍼 보인다. 미르가 가장 어린아이 같이 떼를 쓰는 것도 소희는 부모에 대한 추억이 없기 때문일 것이고 미르는 가장 최근까지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많기에 지금의 상황을 더 적응할 수가 없는 건가 보다.
어찌 되었건 세 가정의 모습을 작가는 굉장히 공들여 만들어 낸 듯 하다. 조손 가정, 사별한 가정, 이혼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의 고통들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사색한 흔적이 보인다. 작가의 말대로 구상한 지는 오래되었는데 잘 써지지가 않아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세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모습들도 마찬가지로 그냥 조연이 아니라 아이들처럼 입체적으로 그려져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미르의 어머니와 바우의 아버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바우와 미르가 느끼는 배신감 또한 이해할 수 있었고 반대로 미르 어머니가 미르에게 하던 말 < 엄마가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 봐 달라>는 어머니의 말 또한 공감이 된다.
마지막 바우가 떠나는 소희에게 누나라는 말을 안 하는 부분도 상징적이다. 이제 바우도 소희처럼 혼자 서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하늘말나리가 되겠다는 다짐이 엿보인다. 이혼 후유증에 시달리던 미르 또한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봄으로 인해서 새삼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아이는 자신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랄 것임을 믿는다.